12일 서울 당산동 통합민주당사. 비리 문제로 공천에서 배제된 옛 민주당 출신 김민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회의 도중 ‘국정실패세력, 분당세력, 사이비 진보정당 인사’ 등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옛 열린우리당-통합신당 계열에 대한 불만을 쏟아 놓았다. 이에 우리당 출신 유인태 최고위원이 “여기는 민주당이 아니고 통합민주당”이라고 반박하면서 분위기는 일순간에 냉랭해졌다.
통합민주당 내 우리당-신당계과 옛 민주당계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박상천 대표 등 민주당 계열의 반발은 날로 커져 이날처럼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말싸움을 벌일 정도가 됐다. 해묵은 탄핵사태 책임론마저 불거졌다. 이 때문에 공천도 지연되고 덩달아 전체적인 총선전략도 어그러지고 있다.
갈등의 1라운드는 ‘도로 우리당 공천’ 문제였다. 공천심사위는 원래 6일 단수지역 공천 명단을 넘겼지만 박 대표측의 문제 제기로 발표가 미뤄졌다. “우리당 출신 현역 의원 38명이 모두 공천된 것은 문제”(박 대표측), “원래 신청자 중 옛 민주당 출신이 거의 없었다”(신당 계열)는 노골적인 공방이 전개됐다.
이런 반발과 갈등의 핵심은 역시 지분이다. 박 대표는 “통합 당시 민주당계에 일정한 지분이 약속됐는데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고 나아가 공심위원들이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연결돼 나마저 죽이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주변에 자주 드러낸다고 한다. 공심위를 이대로 뒀다가는 자기 세력이 다 죽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지분을 챙기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 대표측은 “민주당이라는 당명만 뺏기고 쫓겨나는 알거지 신세가 될 수는 없다”며 측근 인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이 나선 서울 성동을, 이미 국창근 전 의원이 이미 1차 심사에서 탈락한 전남 담양ㆍ곡성ㆍ구례 등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신당 계열은 “때가 어느 때인데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느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측이 이탈하면 제2의 분당 사태로 비춰져 엄청난 타격을 입어야 한다. 그래서 “박 대표를 최대한 달래자”는 게 손 대표 주변의 기류다.
물론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이날 “호남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지도부도 탈락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남 고흥ㆍ보성 출마를 노리는 박 대표의 공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래저래 뒤숭숭한 공천 전야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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