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수를 줄이려고 제목을 이렇게 달기는 했지만 정식 명칭으로 하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내지는 '정치경제학'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주식회사를 자본주의의 해악을 극복할 공동체 실현의 맹아인 양 높이 평가한 이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러니 이제는 '좌파 경제학'이라는 통칭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 기성 학계에서 좌파 경제학의 거의 유일한 지주였던 김수행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정년 퇴임한 후 후임 자리를 놓고 학계가 시끄럽다.
■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과 학부생은 물론 사회학과 및 인접 학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엊그제는 여러 대학 경제학과 교수들까지 나서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를 후임에 앉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요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원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33명 모두가 신고전주의 주류 경제학 일색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학문적 다양성 유지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 2월부터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한 김 교수는 어찌 보면 행운아다.
■ 1970~80년대 수많은 사람들이 좌파 경제학의 세례를 받았지만 당시 정통으로 좌파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을 교수로, 그것도 국립대 교수로 앉힌다는 것은 영 껄끄러운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좌파 경제학은 철 지난 학문으로 외면당했다. 어쨌거나 그 틈새에 끼여든 형국이었으니 행운아라고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 6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 대학 경제학과 학생들이 주류 경제학만을 가르치는 데 반기를 드는 선언을 했다.
■ 같은 해 7월에는 하버드대생들이 '인간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경제학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하면서 경제학부 교수진을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7월 11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유명한 칼럼은 "신고전파 주류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대학과 명망 있는 저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주류 경제학과 다른 주장을 펴려는 대학원생들에게 지도교수가 '나처럼 살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개탄할 정도다. 그래도 미국에는 뉴욕의 뉴스쿨대학교나 앰허스트대학 같은 좌파의 보루가 있고, 영국에는 김 교수가 나온 LSE가 있다. 33대 0은 아무래도 너무한 것 같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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