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작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군 사령관 윌리엄 팰런 제독이 취임 1년 만에 돌연 사임했다. 팰런 제독은 이란, 이라크 정책을 두고 강경 입장의 부시 정부 수뇌부와 이견을 보여온 대표적 온건파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11일 “팰런 제독이 오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팰런 제독은 자신이 부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등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41년간 미 해군에 복무해온 팰런 제독은 지난해 3월 해군 출신으로는 처음 중부군 사령관에 올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해왔다.
국방부와 백악관은 그의 업적을 치하하며 자진 사퇴임을 강조했지만, 의견 충돌에 따른 ‘경질’의 성격이 짙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사퇴가 행정부 및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사령관과의 정책 차이 때문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팰런 사령관 사임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주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 가 다룬 <전쟁과 평화 사이에 선 남자> 라는 기사였다. 에스콰이어는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지 여부는 한 사람에 달려 있다’며 팰런 사령관을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마지막 보루로 묘사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알 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백악관의 지속적인 공격 나팔 소리는 쓸모도 없고 도움도 안된다”며 “나는 전쟁이 없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팰런 사령관은 또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속도를 두고서도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페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사령관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팰런 사령관은 빠른 철수를 선호해왔다. 전쟁과> 에스콰이어>
전문가들은 그의 사임이 이란 정책을 두고 혼선을 거듭한 부시 정부 내 갈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만해도 부시 대통령이 제3차 대전을 언급할 정도로 강경론이 득세했지만, 불과 두 달 후 “이란이 2003년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는 정보기관평가 보고서가 공개돼 기존 정책의 근거를 180도 뒤집었다.
팰런 사령관의 사퇴로 부시 정부의 이란 정책이 다시 강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이츠 장관은 ‘펠런 사령관의 사임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에스콰이어> 보도를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라고 일축했지만, 온건파의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콰이어>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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