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명의를 보유한 종합병원이자 신이 준 보약’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에 이어, 숲과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내추럴 빙(natural-being)이 뜨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사무실 주변에 숲이 있는 직장인들의 이직 의사가 숲이 없는 지역의 직장인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 때 잠깐씩 숲에서 산책하며 스트레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요즘 삼림욕으로 건강을 다져보자.
건강의 비밀 코드 피톤치드
숲에는 어떤 건강의 비밀 코드가 숨어 있을까. 자연 살균제 피톤치드(phytoncide)가 코드의 하나로 꼽힌다. 피톤치드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 1952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1943년 처음 발표한 용어. 러시아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파이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사이드(cide)의 합성어다.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방어용 휘발성 물질을 가리킨다. 숲 속에 들어갔을 때 풍기는 시원한 냄새가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가 크다. 어림잡아 100여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침엽수에 많고 줄기보다는 잎에 많이 함유돼 있다. 대표적인 피톤치드인 테르펜은 식물향을 내는 주 성분이기도 하다.
피톤치드는 아직 구체적으로 의학적 근거가 밝혀진 것은 없다. 한양대병원 산업의학과 송재철 교수는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어 피톤치드가 객관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 실험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한국임업연구원과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 연구팀이 쥐를 전기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늘린 뒤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가 든 상자에 넣은 결과, 쥐의 혈중 코티솔 농도가 떨어졌다.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는 또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로 실험한 결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중이염을 일으키는 황색 포도상구균, 폐렴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 여성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칸디다균 등에 효과가 있었다. 이밖에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 2003년 5월 편백나무 피톤치드 액을 마이크로캡슐로 만들어 부착한 섬유를 대상으로 집먼지 진드기 접근도를 실험한 결과, 85~95%가 이 섬유를 기피했다.
피톤치드의 양이 많고 질이 뛰어난 나무는 그리 많지 않다.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의 순으로 피톤치드를 잘 발생한다. 피톤치드의 해독 효과와 스트레스 감소 효과 연구에 모두 편백나무가 쓰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천연 음이온의 보고
숲에서는 오래 걷고 많이 운동해도 쉽게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숲 속에서 마시는 술은 잘 취하지도 않는다. 도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풍부한 산소 덕분이다. 운동 중 피로는 산소량 부족이 주원인인 경우가 많다. 공기 1㎥ 당 먼지 알갱이 수는 도시가 10만개 정도이지만 숲 속에서는 500~2,000개에 불과하다.
최근 음이온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에어컨, 팔찌 등이 유행하면서 신비의 물질인 것처럼 인식되는 음이온의 원조는 숲이다. 한의사들은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양이온을 발산하는데, 음이온이 이를 해소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와 비교했을 때 숲 속의 음이온은 평균 50배 정도로 많다. 특히 계곡이나 폭포 등 물 분자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곳은 70~80배가 많다. 숲 속의 풍부한 산소와 음이온이 정신 건강을 지켜준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땀이 밸 정도로 걸어야
피톤치드는 5~8월에 가장 많이 방출된다. 그래서 늦봄과 여름이 삼림욕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흐린 날보다 맑은 날에, 밤보다는 낮에 더 많이 분비된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가 가장 좋다.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림이 무성한 산 중턱이 삼림욕에 가장 좋은 자리다. 숲 안쪽으로 100m 정도 들어간 곳이 적당하다.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2배 이상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피톤치드는 수명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많이 분비된다.
삼림욕을 즐기려면 땀이 약간 배어날 정도로 숲길을 걸으면 된다. 쉴 때는 그냥 숨을 쉬지 말고 복식호흡으로 나무 향기를 최대한 깊이 들이마신다. 삼림욕할 때는 몸에 끼지 않으면서 가벼운 옷이 좋다. 땀이 잘 흡수되고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 옷을 입는다. 운동화는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고 모자는 챙이 있는 것을 쓰면 좋다.
<도움말= 울산대 의대 생리학교실 최한석 교수,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도움말=>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