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평소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은행권 외화예ㆍ적금 상품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화예ㆍ적금은 쉽게 말해 원화 대신 달러화나 엔화 같은 외화를 은행 통장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상품. 원화 통장과 다른 점은, 통화별로 적용금리가 각각 다르고 대개 원화를 해당통화로 환전해 넣게 되니 예ㆍ적금 시기에 따라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11월 미 달러화가 900원대 초반일 당시 1,000만원을 환전해 달러 통장에 넣어뒀다면 대략 1만1,000달러를 예금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 육박하는 시기에 바꾸면 1만달러 가량만 예금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환율 흐름만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환율이 낮을 때 예금해 놓고 높을 때 찾아도 이자와 별도로 환차익까지 얻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외화를 쓸 일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평소 ‘낮다’ 싶은 환율에서 미리 자금을 예ㆍ적금 통장에 넣어둬 ‘환 위험을 헤지(회피)하라’고 권하곤 한다.
최근 은행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외화 예ㆍ적금에 첨가하고 있다. 한 통장에 여러 통화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든지, 환율에 따라 통화를 교체할 수 있는 기능 따위다.
우리은행의 ‘우리 원(ONE) 외화정기예금’은 미 달러화와 유로화, 일본 엔화, 호주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등 최대 10개국 통화로 된 다양한 외화예금을 하나의 계좌로 관리할 수 있다. 서류제출 한 번으로 개설할 수 있으며 하나의 계좌 안에서 입금 건별로 1일에서 1년까지 만기일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 상품명은 정기예금이지만 단 하루를 맡겨도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12일 현재 미국 달러화의 경우 6개월 만기는 연2.70%, 1개월은 2.61%, 1일짜리는 연2.29% 등 만기별로 금리가 다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화정기예금 금리는 시장실세금리에 따라 매일 변경 고시되며 매 입금 건별로 적용된 이율은 해당 건 만기까지 확정금리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만기가 1년~10년 사이인 우리은행의 ‘해외로 외화적립예금’은 적금 형태지만 1달에 한번 붓는 일반적인 적금과 달리 환율에 따라 넣고 싶을 때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통화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도 있다. 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정기예금’은 중도해지 없이 3개월 만기는 1회, 6개월 만기는 3회까지 달러화와 엔화, 달러화와 유로화,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간 통화전환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은 달러화와 엔화, 유로화 등 외국 통화와 원화 중 고객이 지정하는 통화로 언제든 전환이 가능하다. 통화를 바꿀 때는 당시 해당통화 매입가격이 적용되며 별도의 환전수수료는 없다. 또 자동으로 고객이 지정한 환율로 외화를 매입해 예금하도록 설계돼 있다.
각종 안전장치를 갖춘 상품들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의 ‘멀티플 외화정기예금’은 하나의 계좌번호로 최대 10개의 통화와 50개의 외화정기예금을 운용할 수 있는데 고객이 환율의 상ㆍ하한선을 지정, 환율이 급등할 경우 자동으로 적립을 중단해 환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반대로 환율이 급락할 경우 적립금을 1.5~5배 늘릴 수 있다.
외환은행의 ‘환율안심 외화예금’은 만기환율이 예치시점 환율보다 30원 또는 40원 이상 하락할 경우 미화 1달러당 10원 또는 30원의 환차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8개국 통화로 적립할 수 있는 하나은행의 ‘외화적립 플랜’은 고객의 자금 스케줄에 따라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으며 매월 동일한 원화 금액이 이체되도록 해 환율 하락시 많은 금액이 달러로 적립되고 환율 상승시 적은 금액이 적립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는 외화 예ㆍ적금을 드는데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앞으로 1,000원 선을 훌쩍 넘을 게 확실하다면 모를까, 당분간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까지 큰 상황이어서 ‘남들도 드니 나도 따라 드는’ 식의 가입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은행들의 외화정기예금 잔액은 3월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 환차익을 노린 투자 성격의 가입도 되도록 금물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개인 고객이 외환 관련 상품에 투자하기에는 최근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며 “외화예금 금리도 과거에 비해 떨어져 현 시점에서 원화를 외화로 바꿔 투자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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