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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GDP와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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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GDP와 삶의 질

입력
2008.03.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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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핵심 화두는 ‘경제 살리기’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실질GDP 증가율)은 연평균 5%를 넘는다. 다시 말해서, 경제가 죽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죽지도 않은 것을 살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포장을 벗겨내면, ‘경제 살리기’라는 말에서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뿐이다.

■ 행복은 재지 못하는 경제지표

경제성장률은 GDP(국내총생산)라는 지표를 이용해서 계산된다. GDP는 예전에는 GNP(국민총생산)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는데, 이 지표는 1930년대 초에 쿠즈네츠(Kuznets)라는 경제학자가 처음 개발하였다. 그 후 유엔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표준화된 통계로서 GDP라는 지표가 자리잡게 되었다.

GDP는 지구 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지표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이지, 국민의 후생이나 행복을 대표하는 지표가 아니다.

GDP를 추계할 때에는 여가와 같이 후생이나 행복의 측면에서 유익한 요소들이 제외된다. 그리고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이 발전하여 환경이 악화되더라도 GDP는 오히려 증가한다. 더욱이 치안 유지나 오염 방지와 같이 GDP에 포함되는 경제활동 중에는 후생이나 행복과 상관없는 것도 많이 있다.

GDP 지표의 이러한 한계에 대해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여러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GDP를 대신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왔다.

예를 들어, 유명한 경제학자인 노드하우스(Nordhaus)와 토빈(Tobin)은 경제후생척도(MEW)를, 댈리(Daly)와 콥(Cobb)은 지속가능 경제후생지수(ISEW)를 개발하였다. 지속가능 경제후생지수를 여러 선진국에 적용한 결과를 보면, 통상 후생지표로 많이 ‘오용’되고 있는 1인 당 국내총생산과 경제후생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GDP 지표에 대한 비판은 양적 성장만을 중시하는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이기도 하다. 1992년에 개최된 리우회의 이후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의 고조와 맞물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는 GDP를 대신하는 대안지표를 개발하여 국가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매년 자원 고갈로 인한 국가적 비용을 추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중국은 '녹색GDP'를 추산하고 그 결과를 정부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였다. 유엔은 자원 고갈로 인한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일종의 ‘녹색GDP’ 추계를 국제 표준화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GDP을 대신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다.

■ 대안지표 개발ㆍ활용 절실

물론 ‘녹색GDP'와 같은 대안지표를 추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녹색GDP‘를 추산하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초통계의 미비나 환경에 대한 가치평가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은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운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GDP'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지표를 개발하고 추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개인의 행복이 연봉 수준으로 환원될 수 없듯이, 국민의 복지나 행복도 고도성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복지나 행복을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을 정책적으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GDP를 대신하는 대안지표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대안지표를 정책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최소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호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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