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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적 자리다툼, 순리를 따져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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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적 자리다툼, 순리를 따져 보라

입력
2008.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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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 기용된 인사들은 하루 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른바 국정 파탄 세력이 각계 요직에 남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야당과 정부조직, 권력기관, 방송사,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정치사회 모든 분야를 지목했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 있으나, 정권 교체에 따른 자리 다툼과 총선 전략이 얽힌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그의 발언은 일단 총선 전략에 무게가 실린 만큼 냉정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과 내각 구성을 가로막는 지난 정권 추종세력을 총선에서 심판,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줄 것을 당부했다.

그의 지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행적이 너저분한 장관 후보들을 내세워 민심을 등 돌리게 한 집권세력의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얄팍하다.

지지도 추락이 당혹스러운 처지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야당과 시민단체까지 척결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 큰 민심 이반을 부를 것을 알아야 한다. 겸허하게 국민의 용서를 구하고 야당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사퇴 촉구'를 통틀어 '마녀 사냥'으로 규정한 것에는 수긍할 수 없다. 민주당은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등 공적 기관과 단체의 요직에 정치적으로 임명된 지난 정권 인사들이 임기를 내세우며 주저앉아 버티는 것은 정치도의와 양식에 어긋나고, 사회 통합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본다.

민주정치에서 이념과 노선이 다른 세력의 건전한 경쟁과 진정한 사회 통합을 보장하는 것이 선거를 통한 정기적 정권 교체다.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이 공직 등 정치적 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엽관 관행도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그 폐단을 줄이기 위해 메리트 시스템, 자격임용제의 중요성이 늘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위로든 선거에서 패배한 세력과 그에 속한 개인이 엽관 자리를 붙들고 앉아 '권력 비판' 따위를 외치는 것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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