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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네 모녀'에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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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네 모녀'에 애도 물결

입력
2008.03.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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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새 아빠가 될 사람이 양의 탈을 쓴 살인범이었을 줄이야 누가 알았습니까.”

전남 화순의 공동묘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김연숙(46ㆍ여)씨의 오빠는 11일 아직도 여동생과 조카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엄마를 유난히 따랐고 동생 역시 세 딸을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 했다”고 말했다. 그런 네 모녀가 하룻밤에 생사를 달리한 사실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남편과 아빠 잃고 똘똘 뭉쳤던 네 모녀

김씨는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납품대금 기일을 하루도 넘기지 않을 만큼 야무졌던 사업가였다. 2005년 6월부터 은평구 갈현동에서 참치횟집을 시작한 김씨는 변을 당할 때까지 쉬는 날 없이 오후2시부터 12시간을 꼬박 가게에 머물며 일을 했다. 김씨 가게에 물건을 납품 해 온 업체 사장은 “김 사장은 단 한 번도 납금 기일을 넘기 적이 없을 정도로 신용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김씨는 억척스럽게 가게를 운영했지만 딸 같은 직원에게는 가욋돈을 챙겨줄 만큼 마음도 따뜻했다. 김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모(20)씨는 “사장님이 아르바이트 비 말고도 졸업식이라고 따로 용돈을 챙겨주실 정도로 맘이 따뜻하고 좋으셨던 분”이라며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서로간의 정이 남달랐던 네 모녀를 더욱 강하게 결합시킨 것은 김씨 남편이었다. 의처증을 가졌던 남편 때문에 김씨는 힘들어 했고 딸들은 그런 엄마를 동정했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7월 용산구의 한 여관에서 김씨의 남편이 목을 매 자살한 뒤로 네 모녀는 더욱 서로를 살폈다.

빈 자리를 파고 든 검은 마수

김씨와 살인마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찮게 김씨의 가게를 드나들기 시작한 이씨는 김씨에게 유달리 친절하게 굴었고 이것이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던 김씨의 마음을 샀다. 김씨는 신용불량자인 이씨를 위해 자신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기도 했다.

김씨의 남편이 죽은 뒤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가까워졌고 김씨는 이씨와의 결혼을 굳게 믿었다. 가족들은 새출발도 다짐했다. 지난해 강서구 화곡동 집을 팔고 죽기 직전까지 살았던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로 이사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씨와 같이 살 아파트를 계약하러 부동산중개소를 찾았을 때 김씨는 이씨를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엄마를 끔찍이 여겼던 세 딸도 새 아빠가 될 이씨를 무척 따랐고 주변에 엄마의 재혼을 알렸다. 마침 큰 딸이 재수끝에 모 대학 영화뮤지컬학과에 합격한 것도 네 모녀는 새 출발에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가 제안한 가족여행은 네 모녀에게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꿈만 같은 가족여행이 살인범 이씨가 치밀하게 준비한 살인계획이었음을 네 모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가족여행에 들떠 있던 네 모녀는 지난달 18일 밤 이씨가 휘두른 둔기에 운명을 달리했다.

네티즌 추모의 물결

안타깝고 억울한 네 모녀의 죽음에 네티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미니 홈피에는 11일 하루에만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씨가 “서로 자기가 이쁘단다”는 설명과 함께 올린 딸 큰 딸 정선아(20)과 둘째 딸 진아(19)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큰 딸의 대학 동료 박모씨는 “아직도 너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제발”이라며 슬퍼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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