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이 11일 서울 ‘강남 벨트’ 앞에서 멈춰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남갑ㆍ을과 서초갑ㆍ을, 송파갑ㆍ을ㆍ병 지역을 가리키는 강남 벨트는 영남권에 이어 제2의 화약고다. 지역구 숫자는 7개밖에 안 되지만 물갈이와 계파 나눠먹기, 계파 내 파워게임 등 공천에 얽힌 온갖 갈등이 축약돼 있다.
강남 벨트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최고 노른자위 지역이다. 서로 깃발을 꽂는 주인공이 되려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15대 국회 이후 한나라당과 전신인 신한국당이 강남 벨트를 싹쓸이 해 왔다. 15대 때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사덕 전 의원(강남을)이 유일한 예외였다.
당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김덕룡 의원(서초을ㆍ5선) 이외엔 한 지역에서 재선 이상 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번에도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는’ 현역은 거의 없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강남 벨트 공천이 ‘이재오 대 반(反) 이재오’라는 친이명박계 내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더욱 혼미해졌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 비례대표 이계경 의원, 이원창 전 의원이 맞붙은 송파병은 갑자기 최대 난전지역으로 떠올랐다. 강혜련, 김애실 공천심사위원이 대선 기여도 등을 거론하며 “나 의원은 절대 안 된다. 차라리 송파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다.
강 위원 등이 이재오 의원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이재오 의원이 측근인 이원창 전 의원을 챙기려 한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재섭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강 대표의 유일한 원내 계보인 나 의원을 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간 잠잠하던 강남을(공성진 의원)도 시끄럽다. “계파 내 반이재오 세력이 이 의원과 가까운 공 의원을 흔들려 하고 이에 이 의원이 강력 반발했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친이 계파색이 약한 맹형규 의원(송파갑)과 성추문 전력이 있는 박계동 의원(송파을)에 대해서도 끊임 없이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진짜 뇌관은 서초갑(김덕룡 의원)과 서초을(이혜훈 의원)이다. 김 의원은 나이와 선수, 부인의 공천헌금 수수 문제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나, 당내 유일한 호남 출신 중진이라는 점과 이상득, 박희태 의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이 의원은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그를 친다는 것은 당내 계파간 전면전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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