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이승에 남겨두고 갈 아들을 걱정했다. 김연숙(46ㆍ여)씨 모녀 일가를 무참히 살해한 이호성(41)씨는 경찰의 압박 수사로 자살을 결심한 뒤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성 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씨가 남긴 2통의 유서는 각각 친형과 광주시 야구협회장에게 보내졌다. 이씨는 친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와 형, 아내, 아이 등에 미안하다”고 말한 뒤 “특히 아들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숨진 김씨에게서 빼앗은 1억7,000만원 가운데 형에게 전달한 5,000만원이 아들의 양육비 명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광주시 야구협회장에게는 “옛 시절이 행복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가 있겠다”라고 적어 자살을 예고했다. 광주시 야구협회장 A씨는 중ㆍ고교 시절 이씨와 친분을 맺었으며, 이후 국가대표 룸메이트와 프로야구 선수 활동을 같이 하는 등 20년 넘게 교분을 쌓아 왔다. A씨는 “호성이와는 2년전부터 연락이 끊어졌다”며 “몇 년만에 비참한 소식을 전해 듣게 돼 괴롭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김씨 모녀 4명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김씨와 둘째, 셋째 딸의 직접적 사망원인은 경부압박(목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확인됐고, 큰딸은 망치 같은 둔기로 머리를 4~5차례 맞은 것이 직접적 사망원인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서중석 법의학부장은 “김씨는 뒷머리에 둔기로 맞은 상처가 있지만 직접적 사인은 질식사”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또 “큰딸 시신에서는 감금된 흔적이 없었으며, 머리를 둔기로 4~5차례 맞아 두개골이 골절되면서 사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로 미루어 김씨와 둘째, 셋째 딸은 지난달 18일 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서 피살됐고, 큰 딸은 이튿날 새벽 종로구 관철동에서 이씨를 만난 직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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