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11일 일은 제대로 못하고 싸움만 벌이며 파행을 겪었다. 회의장 안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집기가 넘어지는 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이날 심사가 예정됐던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심사는 또 다시 미뤄져 언제 마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심위는 이날 오전 10시께 여의도 당사 6층에서 회의를 개의했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전날 서울 송파 병에서의 나경원 대변인 공천 문제로 충돌을 빚은 뒤 중간에 회의장을 떠났던 강혜련 김애실 두 공심위원이 불참한 것이다. 또 이들의 불참을 문제삼은 중립성향 공심위원 2명도 공심위 상황을 비판하며 40여분 만에 퇴장, 회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심위원들은 서로 고성을 주고 받으며 파행의 책임을 상대 계파에게 떠 넘기는 설전도 벌였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두 공심위원이 이 의원의 뜻을 지나치게 대변 해 공심위를 파행시키고 있다" "무슨 소리냐. 강재섭 대표가 무리하게 특정인을 챙기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등으로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전하던 공심위는 오후 5시께야 일부 논쟁이 없는 지역만 심사를 했다. 그것도 강혜련 김애실 두 위원은 끝까지 불참한 상태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공심위원들이 계파 이해에 매몰돼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공심위는 이날 1시간여 심사 끝에 6개 지역 공천자를 확정했다. 특히 이날 심사에서는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국민중심당을 탈당, 올 초 한나라당에 입당한 재선의 정진석(충남 공주ㆍ연기)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대신 법무부 공보관을 지낸 검사 출신 오병주 변호사가 내정됐다.
정 의원의 탈락에 대해 임해규 공심위원은 브리핑에서 "당에서 중용해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이 지역 출마로 승산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 정 의원을 오히려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공심위 핵심 관계자도 "정 의원의 경우는 '아웃'된 케이스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임장관 등 정부직이나 청와대행, 핵심 당직, 비례대표 등 다양한 중용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공심위와 상의한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공심위는 이밖에 방송인 유정현씨를 서울 중랑 갑에, 이수희 변호사를 강북 을에 각각 전략공천했다. 강동 갑에서는 김충환 의원이 은진수 변호사를 꺾었고, 노원 갑에서는 현경병씨가 함승희 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따냈다. 은평 갑에는 안병용 전 당 부대변인이 내정됐다.
한편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1일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인수위 시절부터 비례대표 1번 후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당 안팎에선 "인수위의 오락가락 정책과 '아린지'파문으로 오히려 표를 깎아 먹을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이날 비례 대표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모두 65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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