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명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김연숙(46ㆍ여)씨 모녀 일가족을 살해하는 과정에 공범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이씨가 3년 전 발생한 동업자 조모(당시 37세)씨 실종 사건에도 깊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1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금전적으로 궁핍한 이씨가 김씨에게서 1억7,000만원을 빼앗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뒤 김씨 일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김씨 일가를 살해한 뒤 도피 중이던 이씨가 내연녀를 포함해 다수의 지인들과 접촉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1억원을 줬다고 덧붙였다. 1억원 중 5,000만원은 이씨 형에게, 4,000만원은 내연녀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연녀 C씨는 이씨와 자살 직전까지 함께 있었다”며“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 인물을 조사한 결과 이씨는 3, 4명의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며 “이씨는 숨진 김씨와 결혼할 의사가 없었고 단순히 금전적 목적 때문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이씨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뒀던 경찰 수사방향도 공범 존재 가능성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홍성삼 마포경찰서장은 “향후 수사는 이씨를 도운 공범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데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수사 초기부터 이씨를 도운 공범 존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씨 혼자 불과 6분 만에 여성 3명을 살해할 수 있었는지, 실종 당일인 지난달 18일 대형 여행가방을 실어 나른 남성과 이틀 뒤인 20일 오후 주차장에 김씨 소유의 승용차를 세워놓고 달아난 남성의 체형이나 인상착의가 다른 점 등이 증거로 제시돼 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뚱뚱하고 체격이 큰 편인데 비해 주차장에서 달아난 남성은 호리호리한 체격”이라며 “아파트 현관과 주차장의 폐쇄회로(CC) TV를 정밀 분석해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희대의 살인을 저지른 이씨가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이씨의 동업자였던 조씨가 3년 전 이씨를 만난 직후 실종됐다”는 조씨 가족들의 지적에 따라 재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김씨 일가족 시신이 발견된 전남 화순군 일대 야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씨와 함께 화상경마장 사업을 추진하던 조씨는 2005년 8월 광주에서 이씨와 만난 뒤 연락이 끊겼다. 조씨의 형(43)은 “동생이 실종되기 직전 사업문제로 이씨와 자주 다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주변에서는 범행 당시 외출 중이던 김씨의 큰 딸 정선아(20)씨를 유인해 살해한 동기와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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