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10%는 상시 정리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공언(公言)이 아니다. 공무원, 그것도 기강과 위계, 연공서열을 생명처럼 여겨 구성원 스스로 ‘우리 조직’으로 부르길 꺼리지 않는 국세청의 수장이 한 말이다. ‘철밥통’ 공무원사회 중 조직논리가 가장 튼실한 국세청이 ‘인사 변혁’의 기치를 내건 셈이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조찬 세미나 강의에서 “(국세청은) 연공서열의 낡은 틀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며 “인재와 리더십을 중시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활력곡선’(vitality curve)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활력곡선은 상위 20%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을 해주면서 미래의 리더로 양성하고 하위 10%는 상시 정리해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철저히 성과와 능력에 따라 차별화 원칙을 관철한 인사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사회에 기업의 생존논리를 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우리 정부 부처 중 GE의 활력곡선을 도입한 곳도 없다. 한 청장은 “올해 말 고위공무원단에 우선 적용할 생각이며, 정리 방법은 재교육 등을 통한 업무 능력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으나 하위 10%에 해당되는 것만으로도 경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그는 고위공무원 성과평가제도 도입도 강조했다. 그는 “고위공무원이 매년 국세청장과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반년마다 성과와 역량 평가를 받으며 본인 희망 직위에 대한 성과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이라며 “1, 2월 파일럿(예비 혹은 실험) 성과평가를 했는데 경쟁의식, 변화의지, 도전적 업무태도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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