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로 덧없는 생을 마감한 한국인 탁경현(卓庚鉉ㆍ일본명 미쓰야마 부미히로)씨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그의 고향 경남 사천에 세워진다고 일본 도쿄(東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탁씨는 1945년 5월 11일 일본 육군 전투기로 가고시마(鹿兒島) 기지를 출격해 오키나와(沖繩) 앞바다에서 2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위령비 건립을 주도한 이는 친한파로 널리 알려진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黒田福美)씨. 그는 탁씨의 전사 하루 전날인 5월 10일 사천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갖기로 하고 유족 등의 승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천시 역시 위령비 건립 예정지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구로다씨는 17년 전 꿈 속에서 한국인 가미카제 청년을 만난 뒤 위령비 건립 작업을 시작했다. 꿈 속의 청년은 “전쟁에서 죽은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한국인인데 일본인의 이름으로 죽은 것이 한”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구로다씨는 4년 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쓴 자신의 칼럼에 꿈 이야기를 소개했고 글을 읽은 야스쿠니(靖國)신사의 관계자가 연락해 야스쿠니신사 부설 군사박물관 유슈칸(遊就館)에 모셔진 탁경현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때 “(꿈 속 청년의) 유언을 유족에게 전해 넋을 달래겠다”고 결심,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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