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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식 밖의 TV 스포츠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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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식 밖의 TV 스포츠 중계

입력
2008.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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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KBS 2 TV의 글로벌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 (이하 미수다>를 시청한 적이 있다. <미수다> 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한국문화와 한국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토크쇼로 한국인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사들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갈 만한 깨달음을 주는 오락프로그램이다. 당시 주제는 <한국 tv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이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그들의 입담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한국 TV에는 왜 젊은 대기업 실장이 많은지, 성금 방송과 출생의 비밀을 다룬 드라마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등. 그 중에 눈길을 끈 것은 스포츠중계에 관한 것이었다.

남아공 출신의 한 출연자는 "스포츠 중계를 정규프로그램 관계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끝내는 방송사의 행태가 신기하다"며 "아프리카에서는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 뉴스는 중요하지 않다"고 매정한 한국의 스포츠중계 풍토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독일 출신 출연자는 "경기결과는 너무 중요하다. 축구나 테니스 같은 경우는 방송에서 하루 종일을 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영국에서 온 출연자는 "중요한 경기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자막으로 스포츠중계를 해 줄 정도"라며 "갑자기 중계를 끊으면 거리에서 난동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사들이 스포츠중계를 도중에 끊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일방적 횡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일 지난해 K리그 챔프 포항과 FA컵 챔피언인 전남과의 개막전이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한 공중파 방송사는 경기 종료직전 정규방송을 이유로 중계를 중단했다.

두 팀이 1-1로 비기고 있는 후반 38분께였다. 하지만 이 경기는 인저리타임 때 남궁도의 결승골이 터져 포항의 승리로 돌아가는 극적인 반전이 연출됐다. 경기 결과야 뉴스로도 알 수 있고, 인터넷으로도 알 수 있지만 2시간 여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끝내 승패를 확인할 수 없었다.

스포츠의 생명은 생생한 현장감이다. 더욱이 스포츠는 광고를 차치하고라도 방송사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생방송이다. 더욱이 스포츠는 종료 휘슬이 울려봐야 승부가 가려지는 경기가 다반사이고, 휴먼스토리가 있는 장르다.

스포츠는 녹화중계를 하면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올해 프로축구 개막전은 7경기에서 17만2,000여명의 관중과 역대 개막전 최다골인 20골이 터져 '축구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방송사의 스포츠중계 포기는 '축구의 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라는 수준 높은 경기력에 매료돼 국내 축구를 등한시 하는 일부 팬들이 애정을 갖고 개막전을 지켜봤다면 배신감에 치를 떨 일이다.

상식 밖의 스포츠중계는 이틀 뒤 또 벌어졌다. 다른 방송사다. 10일 한국과 스페인이 베이징올림픽티켓을 놓고 다툰 올림픽 최종예선 4차전이다. 한 방송사는 14-5로 한국이 앞서 있는 8회 정규방송을 이유로 중계를 끊었다.

물론 한국이 큰 점수차로 앞서 승패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적었지만 납득할 수 없는 행태였다. 캐스터가 중계를 끊으면서 하는 멘트가 더욱 가관이다.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양해를 해달라"였다. 정말 스포츠의 생리를 모르는 한심한 스포츠중계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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