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극을 저지른 전 유명 야구선수 이호성씨. 그는 ‘왜’,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공범은 없을까. 또 충분히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었는데 왜 자살했을까.
‘진실을 향한 열쇠’는 이호성씨와 함께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때문에 증거와 근거, 정황을 통해 ‘진실에 가까운 해석’을 찾기 위한 분석을 할 수 밖에 없다.
일단, 피해 가족 주변인의 진술과 폐쇄회로(CC) TV 영상, 시신이 발견된 암매장 장소 작업 인부의 증언들을 종합하면 이씨의 범행은 확실하지만, 공범의 흔적은 그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이씨의 사체 상태나 주변정황 및 공개수배 즈음해서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살이라는 추정에도 거의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씨의 범죄 동기와 끔직한 범행에 이르게 된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를 해독하는 단서는 미식 축구 스타이자 헐리우드 유명 배우였던 ‘오 제이 심슨‘이 전부인과 그녀의 새 애인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사건이나 유명 프로레슬러 ‘크리스 벤와’가 부인과 자녀를 살해한 뒤 본인도 자살한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스타’라는 겉모습과 달리 심리적 압박과 갈등과 번민에 시달리는 일부 (전직)스타의 ‘이상심리’가 사건의 의문을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듯 하다.
이번 사건은 궁핍한 이씨와 겉으로 드러난 이씨의 선량함을 믿은 피해자의 요구와 희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났다. 이씨는 연이은 사업실패로 100억원대의 빚에 시달려왔고 7건의 사기범죄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즉 결혼할 여건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씨와의 관계가 결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이씨의 범죄 심리에 최종 방아쇠를 당긴 것은 피해자가 피살 직전 인출한 1억여원의 돈이었을 것이다.
일반인의 합리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불필요할 정도의 잔인함’이지만, 강한 범죄동기와 목적을 가진 범죄자가 범행결의를 다진 이후 남는 것은 ‘들키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범행하는 것에 대한 관심뿐‘ 이라는 범죄심리의 기본을 감안하면 잔혹한 범행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부모를 살해 한 뒤 사체를 토막 내어 내다버린 평범한 대학생의 범행에서도 ‘괴물’보다는 ‘인간’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너무도 억울하게 아까운 생명이 꺾인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돈과 명예와 성공이라는 허울만을 쫓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는 각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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