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초 기성 음악의 규칙과 관습을 거부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전설적인 얼터너티브 록 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27세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자살을 감행한 지도 다음달로 14년째를 맞는다.
그런데 죽은 코베인이 부활한 것인지 2003년부터 그의 신분을 위장한 누군가가 무려 7,200만 달러(약 710억원)에 이르는 유산을 빼돌렸다는 주장이 유족측에 의해 제기돼 파문을 낳고 있다.
UPI통신 인터넷판이 11일 전한 바에 의하면 코베인의 미망인인 배우겸 로커 코트니 러브(43)는 최근 영국 일간 선을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망한 남편의 ID를 도용한 사람이 지난해 뉴저지주 브런스윅에서 320만 달러의 고급주택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브는 “5년 전부터 연속적으로 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낌새를 채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했지만 여태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코베인의 사회보장번호를 조회한 결과 이처럼 믿기지 않는 사기행각이 계속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물 쓰듯 써온 것이 진정 코베인이라면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 아니냐”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통신에 따르면 코베인을 사칭한 사기꾼은 2명으로 주택뿐만 아니라 모두 188장의 신용카드와 수표 발행을 통해 여러 대의 승용차를 비롯한 물건들을 무차별적으로 구입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러브는 지난주 로스앤젤레스 경찰과 접촉해 지금까지 무려 7,200만 달러 상당의 재산이 유실됐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회계사의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즉각 범인을 잡아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빠져 나갔는데도 러브를 비롯한 유족이나 회계사, 유산관리 회사 등이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한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실제로 돈이 빼돌려 졌을 경우 코베인의 유산 내역과 매년 새로 들어오는 저작권 수입, 지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내부자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베인 유산은 기본 재산 말고도 그룹 활동 당시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매년 음원과 캐릭터 사용 등 저작권료로 4,000만 달러씩 불어나고 있으며 대부분이 외동딸 프랜시스 빈 명의의 신탁자산에 귀속되고 있다. 때문에 막대한 유산으로 인해 지난 5년간 7,200만 달러의 돈이 조금씩 새나가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러브는 대략 범인의 윤곽을 짐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린 아이의 재산과 장래를 훔치는 행위는 정말 파렴치한 짓”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러브의 주장이 미심쩍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마이스페이스 닷컴에 올려진 고소장은 코베인의 유산과 관련된 은행과 매니저, 고문 변호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이들을 의심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연예 뉴스 사이트 TMZ 닷컴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 러브의 오랜 마약사용 전력에서 그가 망상증을 일으켜 소동을 빚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어 수사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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