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11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국정파탄 세력의 사퇴’를 요구하고 좌파법안을 정비하겠다고 발언하자 극도로 격앙됐다. 민주당은 안 원내대표의 언급을 “대선승리에 도취한 오만한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안 원내대표가 정치파트너인 야당을 몰살시키는 듯한 황당한 발언을 하고, 그 자리에서 죽으라는 얘기를 한 것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위험한 행동”이라며 “새는 한 날개로 날 수 없다. 양쪽 날개로 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회정치와 국민통합의 원리를 무시하고 오로지 당리당략에 몰두해 위험하고 거친 발언을 한 것을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재적 통치 스타일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큰 마당에 마녀사냥을 예고하는 발언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10년 간 한나라당이 과거청산 작업을 ‘코드 인사’라고 공격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발언을 문제 삼았다. 송영길 의원은 “기계적으로 정권이 바뀌니 물러나라는 것은 정권 잡았다고 자기들이 독식하겠다는 뜻”이라며 “지난 10년 간 자기들이 비판했던 것과 반대로 낙하산 인사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유은혜 부대변인도 “자기들과 코드 안 맞는 사람들을 다 자르겠다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도 무시하면서 요직을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권을 내준 현실을 실감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종 공기업 등에 광범위하게 구축된 민주개혁 진영을 거리로 내쫓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좌파정권에서 이뤄진 좌파적 법안을 정비해야 할 것”이란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마녀사냥’ ‘매카시즘’ ‘색깔론’이란 용어를 동원하면서 맹비난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답게 드디어 ‘독재본색’ ‘공안본색’을 드러냈다”며 “지난 10년 간 통과된 법안은 한나라당과 함께 처리한 것인데 스스로 좌파법안을 만들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국민과 국회를 모독하는 것일 뿐 아니라 6년 간 제1당이던 한나라당 스스로를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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