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13,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핵 6자회담 양측 수석대표들이 참석하는 북미 양자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지연돼온 북한 핵 신고 관련 협상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 등 협상팀과 함께 제네바를 방문,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 13일부터 이틀간 회담한다.
이번 북미 양자회담은 1일 힐 차관보의 중국 베이징 방문 때 기대됐던 북미 회동이 무산된 뒤 북한 태도 변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어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 신고와 관련, 보다 전향적인 안을 제시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최근 핵 신고 문제가 이 달 내에 매듭이 지어져야 6자회담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면서 “이에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 제네바 회담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에 응했다는 점, 지난해 초 북미간 베를린 회동이 2ㆍ13 합의로 이어진 이후 북미가 다시 유럽 지역에서 회담을 갖는 다는 점에서 전반적 분위기는 나쁘지 않으나 이번 회담이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미가 북핵 신고의 3대 핵심 쟁점인 모든 핵무기 및 핵물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리아와의 핵 커넥션 의혹을 비롯한 핵확산 활동 여부 등과 관련해 획기적 의견접근을 보인 듯한 흔적은 최근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 맞서 북한이 UEP 및 핵확산 활동 부인으로 일관하자, 중국이 북미 양측의 주장을 공동성명에 병기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1972년 미중이 관계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각자의 상대방에 대한 주장을 병기해 합의를 성사시켰던 ‘상하이 코뮈니케’방식을 원용, 이 같은 안을 마련했다. 이 절충안에 대해 국무부 내에서는 북핵 신고 문제를 타결할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수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신고는 그 후에 이어질 ‘검증’의 전제이자 대상인 만큼 양보하기 어렵다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주장을 병기하는 선에서 핵 신고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검증 과정에서 양측이 다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절충안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제조 및 과거 핵 확산 활동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검증의 잣대를 현저히 낮추는 수준으로까지 후퇴한다면 이번 제네바 회담은 예상 밖의 성과를 올려 6자회담 전체회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번 북미 양자회담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이 핵 문제와 남북, 북미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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