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사의식을 편집당한 나… 마음을 버려버린 나
1955년 3월 12일 비밥 재즈를 창시한 알토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가 사망했다. 재즈에는 문외한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버드’(실제로는 그가 닭고기를 좋아해서 붙은 별명이라고도 한다)라는 애칭으로 불리다가 마약과 섹스, 음주벽으로 35세의 나이에 생을 마친 천재적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의 이야기는 문득문득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가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의>
_ 나는 인생을 좀먹는 피로감에 대해서, 혹은 인생의 중심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오는 피로감에 대해서, 한 100가지 정도의 서로 다른 설명들을 할 수 있다.
그런 것도 학교 교육에서는 배울 수가 없는 것 중의 하나다. “당신은 알토 색소폰을 불 줄 아세요?” 하고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못 불어” 하고 나는 말했다. “찰리 파커 앨범을 갖고 있나요?”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태야. 게다가 스테레오 장치도 못 쓰게 되었으니까 찾는다 해도 들을 수가 없어.”_
하루키는 모두 40개의 장으로 구성한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의 한 장에 ‘세계의 끝, 찰리 파커,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 세계의>
100가지나 되는, ‘인생을 좀먹는, 인생의 중심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오는 피로감’이란 하루키의 표현에서 왠지 찰리 ‘버드’ 파커의 알토 색소폰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잘 알려졌듯 하루키는 재즈 마니아다.
이 소설은 두뇌 속의 의식을 편집당해 잃어버린 ‘나’의 모험이 벌어지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자신의 마음을 버려버린 대가로 도서관에서 일각수의 두개골에 새겨진 오래된 꿈을 읽는 일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나’가 탈출을 꿈꾸는 세계의 끝, 두 이야기가 한 편씩 교차되어 전개된다.
당초 <일각수의 꿈> 이란 제목으로 번역됐다가 원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이지만 하루키의 놀라운 상상력, 문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일각수의>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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