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내전(內戰)에 휩싸일 조짐이다. 부정ㆍ비리 전력자 처리 문제와 마찬가지로 공천심사위의 원칙론과 각 정파의 현실론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에 총선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전략공천이 필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논리와 명분은 다양하다. 일부에선 당 간판급 인사의 수도권 전면 배치나 호남 중진의 수도권 징발론이 나온다.
호남의 민주개혁세력 재건이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도 있고, 통합의 정신을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총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문제는 외부위원이 중심이 된 공심위가 전략공천 과정에서도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당헌ㆍ당규상 전체 지역구 245곳의 30%인 73곳까지 전략공천이 가능하지만, 지역과 후보 선정은 손학규ㆍ박상천 공동대표와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합의'해야 한다. 최종 확정도 공심위의 권한이다. 사실상 외부 공심위원들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 논의는 두 공동대표 사이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거나 현지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30곳 정도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박 공심위원장과 협의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중구와 종로, 용산, 구로을, 서대문을, 광진갑, 서초갑, 강남갑 등이 거론되고 있고 호남과 영남의 일부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와 박 대표가 이미 박 위원장에게 전략공천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공동대표 모두 각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특정지역과 후보자를 거론했고, 여기에 부정ㆍ비리 전력자의 예외없는 공천 배제 기준에 따라 고배를 마셨던 일부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대표는 신계륜 사무총장과 이호웅 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서울 성북을과 인천 남동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도 김민석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던 서울 영등포을 지역을 특정했다고 한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중랑갑도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공동대표가 이들 개개인의 억울함과 당선 가능성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을 한 셈이다.
박 대표가 통합 당시의 '균형있는 공천' 정신을 들어 호남 일부 지역구에 대해 구(舊)민주당 몫을 주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전남 고흥ㆍ보성, 나주ㆍ화순, 광주 서갑 등 3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 최인기 최고위원, 유종필 대변인 등 3인을 전략공천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 대표의 주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총선기획단 핵심관계자는 "전략적 판단을 중시하는 당내 인사들과 원칙과 명분을 앞세우는 외부 공심위원들 사이에 또 한차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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