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경제운용방안의 골자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올해 6%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와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정부가 최종 확정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의 무게는 다르다. 우려도 많다. 감세 등 일부 정책에 대한 정부 내부에서의 반대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감세가 핵심
새 정부 경제운용방향의 핵심은 감세다. 참여정부 정책과 가장 차별적이고, 또 구체적이다.
초점은 법인세에 맞춰져 있다. 그 폭이 파격적이다. 당초 임기 5년간 매년 1%포인트씩 낮추겠다는 방침보다 두어 걸음 더 나갔다. 법인세율이 현재 25%(과세표준 1억원 초과)에서 22%로 3%포인트 대폭 낮아지고, 5년 뒤인 2013년에는 20%까지 인하된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당장 8월께부터 적용될 수 있다”며 “경쟁국가의 법인세율 추이 등을 봐 가며 추가적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과표 1억원 이하에 부과되는 13%의 법인세율도 단계적으로 11%, 10%로 낮아지고, 적용 기준도 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중소기업들이 각종 비과세나 감면 등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최저한세율)도 현재 10%에서 8%로 인하된다. 기업의 연구ㆍ개발(R&D)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7%→10%),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 투자로 받는 배당소득의 법인세 면제(익금 불산입) 정규직 전환 근로자에 대한 세액공제(인건비 증가액의 5%) 등도 연내 추진 사항이다.
관건은 세수다. 당장 법인세 인하에 따라 향후 5년동안 세수가 8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칫 나라 빚이 눈덩이처럼 쌓여갈 수 있다. 정부는 ▦세계잉여금(4조8,000억원) 감세 재원 활용 ▦지방교부세 정산분 조기 배정(4월 중순) ▦예산 10% 절감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막대한 감세분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감세 혜택의 왜곡 우려도 있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출 경우 국내 투자가 2.8% 증가하고 고용도 4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감세에 따른 여유자금을 투자에 쏟아 붓는다면 다행이겠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금고에 꽁꽁 재여 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규제는 모조리 푼다
규제 완화는 감세와 함께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다. 전봇대를 뽑듯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우선 현재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그룹)에 속하고 자산 2조원이 넘는 회사에 적용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상반기중 폐지된다. 작년 11월 현재 삼성ㆍ현대ㆍ기아차ㆍ롯데 등 7개 기업집단, 25개사가 대상. 지금까지 이들 기업은 순자산의 40% 이상을 계열사 등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었다. 지주회사 문턱도 낮아진다. ‘부채비율 200% 이내’ ‘비계열사 주식 5% 초과 취득 금지’ 등의 규제가 상반기 폐지된다. 명백한 조세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무조사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금융 역시 규제 완화 대상이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가 단계적으로 완화되고, 성장 분야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된다. 내년 말에는 국내에 헤지펀드도 도입된다.
농지와 산지 등 토지 이용 규제도 대폭 풀린다. 농사짓는 땅으로는 쓸모가 없어진 ‘한계농지’의 경우 소유ㆍ거래 제한을 완화하고, 다른 용도의 전환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 현행 3㏊인 비농업인 상속농지 소유 한도도 완전 폐지하고,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택지나 공장부지로 활용할 경우 같은 면적의 농지를 마련하도록 하는 ‘대체농지 지정 의무제’ 역시 없앤다.
규제 완화의 성공 조건은 면밀한 감독이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출총제), 은행의 기업 사금고 전락(금산분리), 부동산 투기(토지 이용 규제) 등 규제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자칫 감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이 ‘대기업의 놀이터’로 변질될 소지가 충분하다.
경상수지 적자 해소책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적자폭은 70억달러. 외환 위기 이후 10년간 유지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기반 조성에 경제운용계획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상수지 대책의 핵심은 서비스수지 대책이다. 서비스산업을 고급화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외국인학교의 설립 주체를 자유화(국내법인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 요건도 완화(해외거주 5년 →3년)한다. 관광 분야에서는 2006년 12억달러에 육박하는 해외 골프 소비를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저렴한 골프장’ 공급을 확대하고, 농지보전부담금 등을 감면해줄 방침이다. 또 해외 의료 소비를 흡수하기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ㆍ알선을 허용하는 등의 의료법 개정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대일 무역적자 해소책 등 상품수지 흑자 기조 정착 대책도 마련됐다.
실효성에는 의문이 많다. 교육이나 관광, 의료 인프라는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예산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과 상충 소지도 있다. 수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적자폭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탓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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