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체만 득 본다”, “원어민 강사 몸값만 키웠다”, “ABC 광풍에 새싹들 허덕댄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 몰입 교육’ 정책으로 촉발된 네티즌들의 함성이다. 육체 자본 이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21세기의 한국을 봤다면 ‘영어 자본’이 판치는 곳이라며 개탄했을 것이다. 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는 13일 오후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영어 몰입 교육 정책, 국가 경쟁력 좀먹는다’라는 주제로 시국 토론회를 갖는다.
첫 발제자인 경희대 영어학부 한학성 교수는 “한국의 ‘영어 풍’은 외국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우리끼리의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100% 영어 사용 정책 대신 한국어 사용의 최소화, 현행 초중등ㆍ대학 영어 전공 프로그램의 혁신 등의 방안을 제기한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영어 공용어 국가들에서는 영어로 인한 내부 구성원들간의 격차가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며 “EFL(영어가 외국어로 사용되는 환경)을 넘어 ESL(영어가 제 2언어로 사용되는 환경)로 이행중인 우리 사회는 언어 지형의 변동을 겪고 있으며 대다수는 소외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영어 공교육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이 모임의 고문이기도 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김영명 교수(한글문화연대고문)는 영어 공용화 정책에 대해 “세계화 개방이 불러온 허황된 생각”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 등이 주장하는 영어 공용화론은 기득권자들의 지배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의 카르텔이자 영어 협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할 계획이다.
토론회에서는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영어와 경쟁력’, 이병민 서울대 교수가 ‘다른 나라의 영어 교육 사례가 주는 교훈’, 송환웅 참교육학회 언론 정보 출판위원장이 ‘영어 – 우리 아이의 날개가 될까?’라는 제하로 의견을 펼친다. 진 교수는 영어 몰입 정책은 결국 개인의 행복ㆍ사회 발전ㆍ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임을 경고할 예정이다. (02)780-508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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