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던 한국 첫 우주인 고산 씨가 예비우주인 이소연씨로 교체됐다. 훈련 도중의 규정위반 등이 그 이유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우주청이 최근 첫 우주인 교체를 '권고' 형식으로 요청해 왔고, 이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반출이 금지된 훈련교재를 한국에 보냈다가 반납하고, 자신과 무관한 훈련교재를 빌리는 등 거듭된 규정 위반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가 거친 까다로운 선발 경쟁과 고된 훈련을 생각하면 여간 허망하지 않다. 예비우주인으로 계속 훈련을 받으며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지만 '한국 최초'의 상징성을 스스로의 과오로 눈앞에서 놓쳐 버렸다.
이번 일은 고씨 개인의 후회로만 끝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민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유감은 더욱 커진다. 우선은 고씨 특유의 행동양식 탓이지만, 적지 않은 부분은 그가 호흡하며 자라온 우리사회의 풍토가 그에게 안긴 허점일 수 있다.
한국적 시각에는 이번 일이 러시아 당국의 지나친 호들갑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훈련교재가 대단한 비밀을 담은 것도 아니고, 일부 비밀이 있더라도 우주선 발사 직전에 우주인을 교체할 일이냐는 의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재 자체의 기밀성이나 가치가 아니라 정해진 규칙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 한 차례의 우연한 실수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습관적 태도였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권고'에서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실수나 지시 위반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여러 국가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철저한 규정 준수가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우주 임무의 특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규정 준수는 꼭 큰 일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단 정해진 규칙을 지키려는 노력은 법치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선진적 행위규범이다. 고씨와 함께 국민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고, 만연한 규정 경시 풍조를 일소하기 위한 다짐의 계기로 삼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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