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 민음사살아 숨쉬는 인간의 역사 '역사 조물주' 있게 한 발분
“이것이 내 죄인가? 이것이 내 죄인가? 몸이 망가져 쓸모없게 되었구나.”
흉노에 투항한 이릉(李陵)을 변호했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치욕의 궁형(宮刑)을 당한 사마천(司馬遷)은 절규했다. 하지만 그는 <사기(史記)> ‘열전(列傳)’ 마지막 편, 자신의 이야기를 쓴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말한다. “그(사마천 자신)는 물러나 깊이 생각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굴원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이소> 를 지었고, 좌구명은 눈이 멀어 <국어> 를 남겼다. 손자는 다리를 잘림으로써 <병법> 을 논했고, 여불위는 촉나라로 좌천되어 세상에 <여람> (여씨춘추)을 전했으며, 한비는 진나라에 갇혀 <세난> 과 <고분> 두 편을 남겼다…” 고분> 세난> 여람> 병법> 국어> 이소> 사기(史記)>
본기(本紀) 12편, 세가(世家) 30편, 서(書) 8편, 표(表) 10편, 열전 70편, 모두 130편으로 된 <사기> 중에서도 열전은 정수이자 백미다. 사마천은 갖가지 유형의 인간군상의 희비극을 마치 그들이 눈앞에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한 필치로 기록한 열전 70편을 통해 인간의 의지와 운명, 그들이 만들어온 역사의 의미를 묻는다. 무엇보다 사마천은 이긴 자보다 자신처럼 좌절한 자의 운명, 그들에 대한 탐구와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사기>
그는 열전의 마지막 70편에서 자신이 <사기> 를 쓰게 된 발분(發憤)의 경위를 선인들에 빗대고 있다. 위의 인용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에 울분이 맺혀 있는데 그것을 발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한 것이다.” 최고의 역사이자 문학인 <사기> 는 사마천의 발분으로 해서 이뤄진 작업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사기> 를 쓰는 데 묻음으로써 ‘역사의 조물주’(양계초ㆍ梁啓超의 표현)가 됐다. 사기> 사기> 사기>
오늘 3월 11일로 ‘오늘의 책’을 연재한 지 만 1년이 된다. 매주 토ㆍ일요일자와 신문이 발간되지 않은 며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 왔다. 내심 ‘책의 열전’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욕심이었으나, 미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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