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이 곳곳에서 엇길로 나가고 있다. 공천 배제 기준에 일관성이 없어 실형을 받은 인사가 공천되는가 하면, 선거법 위반자 공천, 철새 공천, 계파 나눠먹기 공천 등 문제 소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민공천, 공정공천, 실적공천을 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해 지는 양상이다.
우선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인사의 공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원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에 공천이 내정된 김택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1993년 이른바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인천 서ㆍ강화갑에 공천을 받은 이학재 전 인천 서구청장은 95년 구의원 선거 당시 금품제공 혐의로 선거법을 위반,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당사자들은 각각 “부패와 무관하다”, “구청장 당선으로 국민 심판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 당규 공천규정 3조2항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고 돼 있다. 한나라당은 2월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이 조항을 금고형 이상 확정자에게 적용하기로 정했다. 그럼에도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인사에게 버젓이 공천을 준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3조2항이 부정부패 관련 혐의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선거법 위반 등은 배제 기준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공천 기준 적용이 애매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선거운동 혐의자도 공천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동생인 김호연(충남 천안 을) 빙그레 회장은 5일 선관위로부터 회사 직원들을 동원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8일 김 회장 공천을 내정했다. 대전 지역 다른 공천 확정자 A씨도 10일 선관위로부터 식사제공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철새 공천도 적지 않다. 국민의 정부에서 산자부장관을 지내고 참여정부 때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까지 지낸 정덕구(충남 당진) 전 의원과 참여정부 초대 건교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경기 안양 동안 갑) 전 장관을 공천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의 강력한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번복되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천이 친(親)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간 계파 대결 내지 나눠먹기 양상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계파간 힘겨루기가 공천 잣대를 이리저리 휘둘리게 만드는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현상도 여기에서 나온다. 마음에 안 드는 신인들을 배제하려면 낮은 인지도를 들이대고, 현역 의원을 자를 때는 “교체지수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 식이다. 그야말로 ‘고무줄 잣대’인 셈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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