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기념 식수 비용을 돌려달라."(회원)
"우리 소유인데 무슨 말이냐."(골프장)
홀인원을 한 뒤 기념으로 심은 나무 처리를 놓고 회원과 골프장이 감정대립을 하는 황당한 일이 생겨 눈길을 끈다.
경기도 모 골프장의 회원인 A씨는 최근 골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다. 몇 년전 홀인원을 한 뒤 100만원이 넘는 기념식수 비용을 냈고 골프장측에서 홀인원 홀의 그린 주변에 자신의 명패가 달린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최근 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그 나무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측에 이유를 묻자 "나무가 죽어 뽑아 없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분이 상한 A씨는 "내가 낸 돈으로 심은 나무를 없앴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장측은 "홀인원 기념 식수는 상식적으로도 소유권이 골프장에 있는 만큼 황당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지만 A씨의 황소 고집에 난감한 입장이다.
종전에는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홀인원 등의 진기록을 기념해 기념식수를 권장해왔다. 기록자의 명패를 달아주고 기념식수에 들어가는 경비는 해당 골퍼가 내는 방식이다. 골프장에서는 돈들이지 않고 코스에 값비싼 나무가 하나 더 생겨 좋고 골퍼들은 두고두고 기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념식수 때문에 골프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기념식수 물량이 늘어나면서 식재 공간 부족은 물론 주변 경관과의 조화 등 적잖은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념식수를 제한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어떤 골프장은 아예 '기념식수 사절'을 공표하는가 하면 '기념식수 식재규정'까지 만들어 특별 관리하는 곳도 있다.
모골프장이 마련한 '기념식수 식재규정'에는 특별 지정된 자만 할 수 있고, 식재 장소와 수종은 코스의 전체적인 조경을 감안해 골프장에서 정하는 것으로 했다. 기념식수 경비 일체는 경기자 부담이다.
그러나 그 소유권은 골프장에 있으며 해당 당사자는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이름 등이 적힌 기념푯말 부착기간은 10년간이며 도중에 회원이 탈회했을 경우는 기간에 관계없이 푯말을 제거할 수 있는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동철 기자 ball@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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