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네 모녀 실종… 용의자 이호성씨 변사체로 발견CCTV화면·집안 혈흔 등 살해 가능성 높아죄책감·공개수배 압박으로 극단 선택한 듯
마포 모녀 일가족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공개수배 됐던 전 해태타이거즈 간판 타자 이호성(41)씨가 10일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씨가 최근까지 실종된 김모(46ㆍ여)씨와 함께 집을 찾아 다녔고, 김씨의 딸들도 두 사람의 결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씨가 왜 김씨 일가족 4명을 해쳤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김씨 일가족이 살해됐다면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등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왜 자살했나
경찰은 이씨가 김씨와 딸 3명을 살해한 뒤 죄책감과 함께 사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수사망이 좁혀오는데 따른 중압감에 자살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 동안 이씨가 김씨 일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왔다. 특히 김씨 집에서 머리카락 뭉치와 혈흔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씨의 오빠는 실종 신고 직전 방문한 동생 집 안방 장롱 근처에서 몸 싸움 도중 뽑힌 듯한 머리카락 뭉치를 발견했으며, 전구 몇 개가 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김씨 침대와 화장실 세면대 등에서도 혈흔이 나왔다. 일반 주부라면 집안을 이렇게 어지럽게 한 뒤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씨로 보이는 40대 남성이 사람이 들어갈 만한 대형 여행용 가방을 세 차례나 들고 나간 것도 김씨 가족의 피살 가능성을 높였다. 일가족이 전부 3, 4일 여행을 떠난다 해도, 대형 여행용 가방을 3개나 동원할 만큼 짐이 많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씨 큰 딸(20)의 휴대폰이 실종 당일인 지난달 18일 이후 간헐적으로 전원이 켜진 뒤 어딘가와 통화한 흔적이 발견된 점도 경찰이 피살 사건으로 보는 이유였다. 이씨가 범행 후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고 김씨의 큰 딸 휴대폰을 가끔 사용하며 전국을 떠돌았다는 얘기다.
왜 살해했을까
이씨가 김씨 일가족을 살해했다면 그 이유는 돈과 치정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씨는 2년 전부터 김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집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함께 찾아 와 전셋집을 알아본다고 했고, 2억원짜리보다 싼 아파트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실종된 김씨 딸도 주변에 “엄마가 결혼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김씨 일가족 살해가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실종 사흘 전인 지난달 15일 김씨의 정기예금 통장에서 1억7,000만원이 인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종 당일 아파트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이씨로 보이는 남성이 끌고 간 가방에 이 돈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 돈을 노리고 이씨가 김씨 일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와 큰 딸이 실종 직전까지 주변에 “3, 4일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이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씨가 김씨와 두 딸을 김씨 집에서 살해했는지는 의문이다. 김씨 집에서 나온 혈흔이 김씨와 두 딸이 살해 당했을 때 나올 만큼의 양이 아니고 이씨가 김씨 집에 머문 시간이 6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김씨 일가족을 마취시킨 뒤 산 채로 가방에 넣어 다른 장소로 옮겨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여인 실종사건 일지
▦2월15일: 김씨, 1억7,000만원 정기예금 해지
▦2월17일 오후 5~6시: 김씨, 둘째딸(19), 셋째딸(13) 귀가
▦2월18일
새벽 0시10분:김씨, K횟집 퇴근. 직원에게 “내일부터 3~4일간 여행 다녀오겠다”고 알림.
오후 9시14분:한 남성이 카트 끌고 김씨 아파트로 들어옴.
오후 9시20분:카트에 대형 가방 싣고 밖으로 나감
오후 9시22분~56분: 4차례 더 드나들며 대형가방 싣고 나감
오후 10시30분:아파트 앞에서 김씨의 SM5 승용차 앞에 가방 놓고 서 있는 40대 남성 목격
오후 11시:김씨 휴대폰과 큰 딸(20) 휴대폰 통화.
밤 12시:큰 딸 신촌 인근에서 친구들과 헤어짐
▦2월19일
새벽 0시5분:종로구 관철동 일대에서 김씨와 큰 딸 휴대폰 동시 신호 포착된 뒤 전원 꺼짐
오전 5시:전남 화순의 한 야산에서 큰딸 휴대폰 위치 다시 포착된 뒤 전원 꺼짐
오후 2시53분:김씨 승용차 ‘광주→장성’ 구간 요금소 통과
▦2월20일
오전 10시44분:충남 공주시 정안면(천안-논산간 고속도로)에서 큰 딸 휴대폰 신호 포착
오후 4시: K횟집 주방장 휴대폰에 ‘주말에 식당 잘 부탁한다’는 김씨 발신 문자 메시지
*당시 김씨 핸드폰은 전원 꺼진 상태 확인
오후 8시19분:한 남성이 김씨 아파트 주차장에 김씨 소유의 SM5 차량을 주차후 사라짐
▦2월26일:김씨의 오빠, 집에 찾아갔으나 컴퓨터 켜진 것 보고 의심없이 돌아감
▦3월3일
오전:김씨의 오빠, K횟집에서 “사장님 출근 않고 있다” 종업원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
오후:마포경찰서, 합동심사위원회 개최.
▦3월4일 :마포경찰서 김씨 일가족 실종사건 수사 착수
▦3월7일 :이호성씨 출국금지 조치
▦3월7일 :김씨 은행계좌 압수수색 영장 발부
▦3월9일 :수사본부 확대, 이호성씨 공개수배.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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