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날인 10일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는 달리 크게 낮아진 기름값을 체감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유소 대부분은 “재고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세금 인하분 만큼 기름값을 내리기는 했지만, 일주일 전부터 미리 가격을 올린 사실을 감안하면 시민들에게 돌아간 인하혜택은 리터당 50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날 본보가 서울시내 16개 주유소 가격을 조사한 결과, 개인 주유소 가운데 휘발유 값을 정부가 세금을 내린 것 만큼(리터당 82원) 인하한 곳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9일 이전 들어온 재고가 아직도 많다”며 가격을 내리지 않았으며, 가격을 떨어뜨린 일부 주유소도 인하 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광화문과 서울역 등 도심지역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을 일제히 82원씩 내렸다. 이들 주유소는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직영 주유소의 실제 가격 인하 폭은 리터당 40~60원에 머물렀다.
기름값 인하 폭이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부 주유소에는 고객과 주유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방배동 A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은 최모(42)씨는 “값을 올릴 때는 잽싸더니, 내릴 때는 왜 이렇게 더디냐”며 항의했다.
일부 주유소는 아침에는 가격을 내리지 않다가 고객들의 항의와 인근 경쟁업소의 인하 움직임에 뒤늦게 오후에 값을 인하하는 얌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새벽에는 값을 내리지 않았으나, 인근 주유소가 값을 내리는 바람에 우리도 오전 9시부터 휘발유 가격을 80원 가량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에 따른 일반 시민의 생계비 부담 가중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82원 정도로는 시민들의 가계 사정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장현희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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