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0일 마포 모녀 일가족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공개수배 한 이호성(41)씨는 현역 시절 해태타이거즈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였다.
광주 서석초-충장중-광주일고-연세대를 거쳐 1990년 KIA 전신인 해태에 입단한 이씨는 데뷔 첫해 단숨에 주전을 꿰차며 김봉연-김성한의 대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 받았다. 이씨는 90년, 91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91년에는 제1회 한일 슈퍼게임 대표로도 선발됐다.
이씨는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93년 10월 부친상을 당했지만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덕분에 검정색 리본을 단 해태 선수들은 1승1무2패의 열세를 딛고 역전 우승을 일궜다. 90년대 후반부터는 해태의 4번 타자를 맡는 등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통산 102 홈런, 0.272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씨는 현역 시절 더그아웃에서 손으로 못을 박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힘이 장사였다.
2001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씨는 2002년 사업가로 변신했다. 광주에 자신의 이름을 딴 ‘호성웨딩플라자’를 차린 이씨는 1년 뒤 목포에 분점을 낼 정도로 사업수완도 뛰어났다.
이씨가 현역 시절 리더이자 맏형으로 후배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던 때문인지, 해태 후신인 KIA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결혼, 회갑연, 돌잔치 등 경조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호성웨딩플라자’를 이용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이씨는 2004년 전남 순천시에 스크린경마장을 차리려 했다가 낭패를 봤다. 사업실패로 큰 빚을 진 이씨는 2005년 행정수도 관련 토지사기사건에 연루돼 실형까지 살았다. 이때부터 이씨는 주변과 연락을 거의 끊은 채 서울,수도권 등지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호성이 형은 해태의 마지막 리더이자 맏형이었다. 단순히 엄하기만 한 게 아니라 후배들에게 베풀 줄도 아는 따뜻한 선배였는데, 이런 엄청난 일에 연루됐다니 말이 안 나온다”며 안타까워 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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