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화요일'이 되느냐, '피의 수요일'이 되느냐만 남았다."
공천심사위의 영남권 심사를 하루 앞둔 10일 한나라당에선 이 같은 흉흉한 말이 돌았다. 물갈이 폭은 최소 30%로 사실상 정해졌고 심사 결과를 화요일인 11일에 내놓을 것인지, 수요일인 12일에 발표할 것인지만 미정이라는 의미다.
영남 지역구 68곳 중 한나라당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62곳. 이 중 현역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역은 2곳이고, 현역의원이 이미 단수 후보로 확정된 지역은 10곳이다.
"남은 50곳 중 20~25 곳에서 피바람이 불지 않겠느냐"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62개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최종 현역 물갈이 규모가 30~40%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이렇다. 10일까지 비 영남권 중심의 167개 지역에 대한 공천 심사를 마무리한 결과, 현역 지역구 의원은 겨우 8명이 탈락했다. 17대 총선 때 지역구 의원 교체율이 36.4%였던 만큼 이번에도 물갈이 폭을 맞추려면 영남권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7대 총선 때 영남권 물갈이 폭은 42.8%였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최소 30%를 갈아치우겠다고 했으니 우리도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도 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남권 남은 현역 의원 50명 중 나이, 선수, 지역 사정 때문에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은 20명 정도다. 물갈이 폭이 40%까지 올라간다면 다른 의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다선은 나이로, 초선은 여론조사로 자르고도 모자라면 균형을 맞춘다고 친이와 친박에서 몇 명씩 자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물갈이 타깃이 친박계 등에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영남권 공천 내정자 10명 중 박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를 제외한 8명은 모두 친이 의원이다. 친박 진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몇 명이 당을 충성분자 집단으로 만들려 한다. 모 핵심 인사가 최근 청와대를 들락거리면서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친박계 김무성, 김학원 최고위원은 물론 정몽준, 전재희 최고위원 등도 "공천에 기준이 없다. 공심위는 허수아비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공심위가 심사 형평성에 대해 의심을 받는 한 대규모 물갈이 후폭풍은 메가톤급이 될 수밖에 없다.
공천 후유증은 이미 시작됐다. 이원복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탈락한 이진구 의원과 친박계 원외 인사 20여명도 오찬 회동을 갖고 집단 행동을 결의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한편 공심위는 10일 서울과 강원 충청 등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하고 일괄 발표 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강남 벨트'의 현역 교체 문제로 공심위원들간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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