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를 심문하기 위해 사용해온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 기법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거부,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법안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귀중한 수단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그 동안 미국의 안전을 지켜온 공적이 있는 수단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법안은 범죄 용의자에 대한 심문 수단을 미군 야전교범에 적시된 19가지 기술로 한정, 용의자에 대한 물리적 폭력 행사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CIA가 2001, 2002년 9ㆍ11 테러 용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워터보딩’(waterboarding)으로 부르는 물고문 기법을 사용한 것이 지난해 드러나면서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에 회부됐다.
워터보딩은 테러 용의자를 판자에 눕힌 뒤 얼굴에 물을 뿌려 고통을 주는 심문 방법으로 적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군의 심문은 전투에서 체포된 합법적 군인을 상대로 하는 것인 반면, CIA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특별한 심문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며 거부권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와 민주당은 “고문 사용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인권 우선’의 엘리사 마시미노 국장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해외에서 벌이는 미국의 인권 보호 노력과 반 테러 활동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세계를 이끄는 우리의 능력은 군사적 힘이 아니라 도덕적 권위에 달려 있다”며 법안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법안이 재의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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