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가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7일 이영희 노동부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올해 총파업까지 경고하고 나선 데 이어, 새 정부에 우호적이던 한국노총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핵심은 역시 임금문제다. 임금 인상에 대한 노사의 견해차는 매우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6일 제시한 적정 임금인상률은 2.6%인데, 한국노총은 9.1%, 비정규직 18.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8.0%, 비정규직 20.2% 인상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양측의 주장에는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경총은 한마디로 어려워진 국내외 경제여건에 높은 임금상승까지 겹치면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임금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그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로 애를 먹는 기업으로서는 인건비 증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노동계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할 수도 없다.
한국노총의 주장처럼 경총이 제시한 2.6% 인상은 올해 예상경제성장률 4.7%의 거의 절반에 불과하며 물가상승률 3.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점에서 노사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고임금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대신 그 여유분으로 비정규직과 협력업체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벌써 이를 실천한 곳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LG전자가 9일 올해 대기업으로는 처음 임금동결에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자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며, 근로자 자신들의 미래를 향한 투자이기도 하다. 대신 기업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말 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갖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과 협력업체에만은 과감한 혜택을 베풀어야 한다. 양보와 신뢰를 통한 타협만이 노사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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