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슬레이터 / 에코의서재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 인간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란 용어가 최근 관심을 끌었다.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국세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그의 심리상태를 가리켜 쓴 말로 화제가 됐다. 재판부는 그가 오랜 공직생활에서 얻은 지위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뇌물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동안 스스로 자신의 왜곡된 기억에 속아넘어갔다며, 그것을 "왜곡된 과거의 기억이 확신으로 무장돼 자신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다는 것을 인식 못 하는 상태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는" 인지부조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는 1950년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실험이 '마음 잠재우는 법'이라는 항목으로 설명돼 있다. 페스팅거는 똑같이 지루한 실험을 시키고는 A그룹에는 20달러, B그룹에는 1달러를 주고 모두 실험이 재미있었다고 다음 실험그룹에 말하라고 했다. 스키너의>
나중에 두 그룹에 물었더니 A그룹은 실험이 재미없었다고 솔직히 말하며, 거짓말을 한 이유는 보상금 때문이지 실험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고 했다. 반면 B그룹은 실험이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그들은 고작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웠고, 그같은 행동과 인지 사이의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한 거짓말을 믿는 쪽으로 아예 생각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은 곧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는 인지부조화를 비롯해, 자유의지, 사랑의 본질, 기억의 메커니즘 등에 관한 20세기의 대표적 심리 실험 10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스키너의>
딱딱한 심리학 책이 아니라 실험의 배경과 과정, 의미 등을 소설처럼 극적인 구성으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2007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출판계 키워드의 하나로 선정한 용어가 `심리학'이었을 정도로 요즘 독서계에는 심리서적 바람이 거세다. 2005년 출간돼 스테디셀러가 된 이 책은 그 효시로 꼽힌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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