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타수 3안타 4타점 '사이클링 아깝다'호주에 16-2 콜드게임… 한국 2연승
‘요미우리 4번 타자’에서 ‘국가대표 3번 타자’로 변신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시아 최고의 파워와 기술로 무장한 이승엽(32ㆍ요미우리)의 방망이가 대만과 일본을 동시에 강타하고 있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재차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에는 화창한 앞날이 예고됐다.
이승엽은 8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베이징올림픽 2차 예선 2번째 경기에서 쐐기 3점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4타점을 쓸어담으며 대표팀의 16-2, 7회 콜드게임승을 이끌어냈다. 단타와 2루타, 홈런을 치고 3회 세 번째 타석까지만 마치고 교체됐으니 사이클링히트도 기대될 뻔 했다.
이승엽의 진면목이 발휘된 건 2회 두 번째 타석. 1사 1ㆍ2루에서 타석에 선 이승엽은 투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노리던 직구 대신 변화구가 들어오자 타이밍을 순간적으로 늦춘 뒤 손목만 이용, 우익수 쪽 2루타를 만들어내는 ‘희귀’한 타법을 선보였다. 이승엽의 타점을 포함해 대표팀은 2회에 2점을 추가하며 콜드게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일본에서도 한 번 비슷한 상황에서 손목만 이용해 안타를 친 적이 있다. 일본 야구를 통해 배운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날 때마침 아버지 이춘광씨가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와 경기를 지켜본 터라 이승엽의 기쁨은 더 컸다.
이승엽은 대표팀에서 3번에 포진한 뒤 철저한 팀 배팅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회 1사 1루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밀어쳐 진루타를 쳤고, 2회 친 2루타는 그 같은 의지와 테크닉이 만들어낸 결정판이었다.
물론 ‘거포 본능’도 살아 있었다. 이승엽은 3회 1사 1ㆍ2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모우데이의 135㎞ 짜리 직구를 통타, 오른쪽 스탠드 최상단에 꽂히는 대포로 대회 1호 홈런을 신고했다. 대만 언론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승엽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이승엽은 9일 멕시코전에서도 0-0 동점인 4회말 무사 2루에서 균형을 깨는 선제 중전 적시타를 쳐냈다.
팀 내 4번 타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요미우리도 이승엽의 활약상을 지켜보지 않을 리 없었다. 요미우리 구단 계열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9일 이승엽의 전날 홈런 소식을 상세하게 전하면서 “완벽한 홈런이었다. 일본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7경기째 무홈런에 그친 요미우리 타선과는 대조적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대표팀은 이승엽의 활약과 선발 류현진(한화)의 4와3분의1이닝 7피안타 2실점 호투에 힘입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호주에 의외의 낙승을 거두고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9일 독일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린 주최국 대만에 이어 단독 2위. 호주와 캐나다는 2승1패로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타이중(대만)=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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