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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문학상 2관왕 서유미 수상작 '쿨하게 한걸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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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문학상 2관왕 서유미 수상작 '쿨하게 한걸음' 출간

입력
2008.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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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번 원없이 써보자!” 그 역시 작가 지망생인 남편과 의기투합,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05년 여름 강원 원주로 갔다. 집과 대학 도서관을 오가며 창작에 매달려 장편 2편과 단편 15편을 썼다.

하지만 작품을 투고한 곳마다 야속하게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니 어느덧 2007년 7월. 월말에 상경할 준비를 하던 참에 기다리던 당선 통보를 받았다. 두 장편 중 하나인 <판타스틱 개미지옥> 이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이 된 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들뜬 마음을 추스르다 그해 신설된 창비장편소설상 마감이 9월 말임을 떠올렸다.

남은 장편 하나를 정성껏 손봐서 투고했다. 10월 말 연락이 왔다. 186편의 경쟁작을 제치고 당선됐다고. 재학 중 대학문학상을 받은 지 10년, 등단의 여정은 길고 고통스러웠으나 열매는 이토록 탐스러웠다.

작년 장편소설상 2관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소설가 서유미(33ㆍ사진)씨의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쿨하게 한걸음> (창비 발행)이 나왔다.

작년 출간된 또다른 수상작 <판타스틱 개미지옥> 이 ‘자본주의의 꽃’ 백화점에서 20대 여성들의 물질적 욕망이 빚어낸 아수라도를 섬뜩하게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서른셋 여성의 소소한 일상과 일탈을 조곤조곤 전한다. “구상 단계부터 따뜻한 필치와 넓은 공감대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고 서씨는 설명했다.

주인공 연수(‘나’)는 서른셋을 목전에 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애인과 헤어지고, 구조조정에 이어 피인수설이 도는 직장까지 그만둔다. 작가의 설명대로 30대는 “가난하면 부모님을 탓할 수 있는 10대, 열심히 돈을 벌겠다는 의욕에 넘치는 20대를 지나 자신의 궁핍을 변명하기가 누추해지는” 나이다.

재취업에 번번히 실패하는 환갑의 아버지와 못 배우고 안 가꾸고 살아온 일이 못내 서러운 갱년기의 어머니마저 연수에게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기혼자든 미혼자든 친구들은 제가끔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며 연수를 주눅들게 한다. 특히 연애도 생활도 거침없던 단짝 선영이 보헤미안에서 요조숙녀로 ‘유턴’해 의사와 결혼하는 모습엔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선영의 변명. “철들어서 그랬다고 하면 너 웃을 거지? …내 꼴을 보니까 나이 먹기 싫어서 발악하는 거더라고. 피터 팬 콤플렉스였나봐.”

통장 잔고가 하릴없이 줄어가는 서른셋 백수가 ‘피터 팬’에 머무르려 하는 건 정말 발악일까. 하루 바삐 주제 파악해 살 길을 찾는 영리한 ‘웬디’가 되는 게 유일한 선택지일까. 고민을 털고 연수도 ‘유턴’한다.

선영과 반대 방향, 웬디에서 피터 팬으로의 선회다. 대학 시절 꿈꾸던 영화평론가가 되고자 그녀는 도서관에 들어앉는다(원주에서의 작가 모습이 겹쳐진다). 너무 가뿐한 전환 아닐까 싶을 즈음 서씨는 이 ‘도서관 인생’의 어깨를 단박에 짓누르는 반전을 선사한다.

(반전을 빼면) 큰 굴곡 없는 사연들을 아기자기 엮어 독자의 시선을 붙드는 솜씨가 걸출한 이야기꾼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씨 등 여성 작가들이 위세를 떨친 90년대 문학에 감수성을 적신 세대인 서씨는 “원주행 즈음부터 내면에서 사건으로 작품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며 “줄거리는 가급적 적은 문장으로 빠르게 전하고, 인물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은 침전물처럼 독자 마음에 남게 하려고 문장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서씨는 자신의 등단이 장편 활성화 논의라는 ‘시류’와 얼마간 맞물려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단편은 물론, 장편소설 붐 역시 2000년대 한국문학의 작가군과 문학적 경향을 다양화 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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