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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민주당 경선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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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민주당 경선의 양면성

입력
2008.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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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둘러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경쟁이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2월 5일 ‘슈퍼 화요일’ 이후 11연패로 기진맥진했던 힐러리 의원은 3월 4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했다.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해서 11월 본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자 힐러리 의원과 흑인주자 오바마 의원, 즉 두 ‘최초’가 격돌하면서 뿜어내는 민주당 경선의 열기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 흥행 성적은 대박 수준

그래서 이른바 ‘흥행 성적’만을 놓고 보면 민주당 경선은 더 바랄 나위가 없을 만큼 성공적이다. 2004년 민주당 경선 때에 비해 최소한 두 배가 넘는 유권자들이 오바마, 힐러리 의원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어느 당에도 등록되지 않은 무당파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원 조차 민주당 경선장에 모습을 나타낼 정도다.

이러한 호응이 일종의 ‘붐’ 현상을 일으켜 민주당에 대한 미 국민의 일반적 지지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52%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중순의 45%에 비해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런 상황이라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8년만의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 지도부는 만면에 희색이 가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거꾸로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고 급기야 “이대로의 경선 계속은 민주당을 망치는 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두 주자간 싸움이 격렬해지면서 도에 지나친 공격이 나오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일이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당을 정서적으로 분열시켜 그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선후보로 확정됐는데 여전히 ‘집안 싸움’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민주당으로선 초조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혼전 양상이 지속된다면 축제가 돼야 할 8월말 민주당 전당대회는 거대한 전쟁터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고민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민주당이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뛰어난 대선 주자들이 나와 멋진 경선을 펼칠수록 속병이 깊어져 오히려 그 명승부를 두려워해야 하는 제도적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 드러나는 경선제 결함

민주당은 ‘승자 독식제’를 기본으로 채택한 공화당과 달리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하는 경선 제도를 갖고 있어 경선이 물고 물리는 접전으로 치달으면 최종 승자 결정이 어려워진다.

특히 이번 힐러리-오바마 대결에선 8월말 전당대회 전까지 경선만으로는 누구도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2,024명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796명에 이르는 ‘슈퍼 대의원’의 선택이 중요해졌지만 이들의 투표는 현장의 민심에 역행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민주당 경선은 50개주를 돌며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화려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경선 초반에 한 주자가 기선을 제압, 대세를 장악하지 않으면 경선이 거듭될수록 그 화려함 보다는 치명적 결함이 더욱 두드러지게 돼 있다. 미 민주당 경선제도는 결코 완성된 형태가 아니며 이를 보완하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임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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