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장지동 ‘동남권 유통단지’조성사업 입찰 비리 사건과 관련,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한국도로공사 간부와 서울대 교수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사로부터 해외 골프여행 접대를 받거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 실장님의 '공짜 나이스 샷'
9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최근 형사1단독 권혁중 판사 심리로 열린 동남권 유통단지 관련자에 대한 첫 공판에서 도로공사 기술심사실장 지모(50ㆍ구속기소)씨가 동료 직원들과 함께 H개발로부터 3차례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별도로 금품까지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지씨는 H개발에 높은 점수를 주는 대가로 지난해 3월 동료 2명, H개발 임원 안모(53)씨 등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2박3일의 골프여행을 가면서 여행비용 772만원을 안씨가 결제토록 하는 등 2차례에 걸쳐 1,000만원의 해외 골프 접대를 받았다. 지씨는 또 고속도로 토목건설업체인 T사 대표와 일본 후쿠오카로 3박4일의 골프여행을 갔다오면서 동료 2명과 함께 사용한 비용 400만원을 T사 대표에게 내도록 했다.
지씨는 2006년 경기 성남시 자택 앞에서 고속도로 방음벽 공사업체 관계자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받는 등 2006년 7월부터 최근까지 9차례에 걸쳐 고속도로 설계업체 관계자 등에게서 74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공짜 해외 골프를 즐긴 지씨의 동료 등 5명에 대해 공사 측에 징계를 요구했으며, 징계수준이 적절치 않을 경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대 교수님의 '하나마나 심사'
서울대 이모(43ㆍ불구속 기소) 교수는 2006년 11월 설계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대가로 P건설로부터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업체는 ‘하나 마나’ 한 연구용역비 수천만원을 건네고, 교수는 해당 건설사에 점수를 밀어준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건설사와 교수 간 연구용역비 밀어주기 관행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앞서 1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회재)는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서울시 공무원, 대학교수 등 업체 선정 평가위원 3명과 건설업체 임원 3명을 건설산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평가위원 8명과 건설업체 관계자 14명도 불구속 기소되는 등 모두 28명이 사법처리됐다. 검찰 수사결과, 건설업체들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1,800여명의 평가위원 후보군을 상대로 금품 및 향응을 상시적으로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완공되는 동남권 유통단지는 물류단지와 활성화단지, 전문상가단지로 구분 조성되며, 완공후 청계천 개발로 일터를 잃은 상인 수 천명이 입주할 예정인데 전문상가단지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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