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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 姓바꿔달라" 아버지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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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 姓바꿔달라" 아버지의 호소

입력
2008.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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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가장 A씨는 지난 몇 달 간 마음고생이 아주 심했다. 초등생 남매가 성(姓)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매는 “학교 가기가 싫다”고 A씨에게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다. 자신들의 성을 배설물을 의미하는 용어에 빗대 놀려대는 친구들의 심술궂은 장난을 견디기 힘들었다. A씨 자신도 어린시절 이런 식의 놀림을 수 없이 당한 터라 자녀의 남다른 ‘고통’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A씨는 아내와 상의끝에 ‘결단’을 내렸다. 아이들 성을 아내의 성으로 바꿔달라는 성ㆍ본 변경 허가심판을 법원에 청구했고, 어렵게 허가를 받아냈다.

울산지법 제1가사단독 이승윤 판사는 A씨가 딸과 아들의 성을 부인의 성으로 바꿔달라고 낸 성본 변경허가 청구심판에서 부인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민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자녀 성ㆍ본 변경제도가 생겨 부모의 재혼 등에 따른 성 변경 사례가 늘고 있지만, 특정 성이 놀림을 당한다는 이유로 성 변경을 허가한 사례는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바꾸다가는 성ㆍ본 제도의 근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판사는 “자녀의 성ㆍ본 변경제도는 주로 재혼가정 자녀들이 계부와 성이 달라 고통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입법 취지를 넓게 해석하면 민법상 부자 동성주의 원칙 아래 신중히 심사해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도 성ㆍ본 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성 변경이 마구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판사는 “이번 결정은 자녀가 친구들에게 성에서 연상되는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 등 많은 놀림을 받았고, 아버지와 자녀가 성ㆍ본이 변경되길 원하고 있으며, 제3의 성ㆍ본이 아닌 아내의 성ㆍ본으로 변경을 원하는 등 여러 사정들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민법 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혼, 입양 등의 예외적인 상황에 처한 가족 구성원 뿐 아니라 개별 성 때문에 개인이 겪는 구체적이고도 심각한 불이익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인격권을 존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자녀성본변경제도에 따라 지난달 25일 현재 전국 법원에 총 8,169건의 성본변경 신청이 접수돼 1,600여 건이 받아들여졌다. 이 중 법원이 성본 변경을 허가한 비율은 89.7%에 달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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