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능력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일까.
내년 개교를 앞둔 미국 뉴욕의 한 차터스쿨(정부 지원을 받아 민간이 운영하는 준공립학교)이 우수 교사의 채용을 위해 학교 운영비를 ‘올인’하는 교육 실험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초등학교 5~8학년을 대상으로 설립되는 이 학교가 뉴욕 공립학교 교사 평균 연봉의 2배인 기본급 12만5,000달러(한화 약 1억2,000만원)에 성과금을 얹어 교사들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연봉은 교장(9만달러)과 변호사(11만3,660달러)의 평균치를 웃도는 액수다.
‘형평 프로젝트(Equtiy Project)’라고 부르는 이 계획은 교사의 능력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되고 있다. 학교 설립자 제케 반더회크는 “우수 교사를 모집하기 위해 그들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하겠다”며 “학교 발전에 있어 교사의 능력이 교장, 노트북 컴퓨터, 다양한 선택과목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과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결과에 따라 교육계에 지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번 실험은 교장을 정점으로 한 전통적 학교 위계 질서를 거스르고 있어 교장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어니스트 로간 뉴욕시 교장연합회 회장은 학교 운영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서 “최고의 바이올린 주자와 최고의 튜바 주자를 갖는 것보다 이들을 한데 아우르는 지휘자가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계획이 교장의 권위를 깎아 내리고 교육계에 아노미(가치 공동화 현상)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들은 많은 급여를 받는 대신 부가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학교 운영비가 대부분 교사 급여로 사용되기 때문에 학교 행정 인력을 최소한으로 두고 교사들이 부가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공립학교 수준을 웃도는 30명에 달할 전망이다. 시 교육 당국은 교사의 업무 과중 외에 좋은 학교가 갖추어야 하는 다른 요소들이 간과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더회크는 “현재 엄격한 지원자격과 절차를 거쳐 교사를 모집 중”이라면서 “교사 경력 40년 이상의 지원자 외에 문제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자, 라틴어 박사학위 소지자 등 다양한 경력의 지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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