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 김모(16)군은 요즘 과자를 살 때면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모두 찾는다. 겉은 같아도 내용은 다른 두 종류의 과자가 팔리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A과자는 개당 65g과 56g인 두 종류가 유통되고 있고, 무게가 70g인 B과자는 800원짜리와 900원짜리가 동시에 팔리고 있다. 같은 값이면 용량이 많은 것을 사려는 게 김군이 발품을 파는 이유다.
밀값, 국제유가 폭등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려는 기업들의 ‘얌체 상혼’이 도를 넘고 있다. 겉으로는 새 정부의 물가안정 방침에 호응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용량을 줄이거나 세금 인하에 따른 마진 축소를 회피하려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연초 가격을 10~20% 올린 업체들이 이번에는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롯데제과는 대표 상품인 ‘빼빼로’ 값을 500원으로 유지하면서 막대 개수는 18개에서 15개로 줄였고, 위즐아이스크림(3,750원) 용량도 700㎖에서 660㎖로 줄였다. 크라운제과도 쿠크다스 가격을 2,880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무게는 304g에서 240g으로 줄였고 딸기산도(3,180원) 무게도 408g에서 323g으로 낮췄다. 해태제과와 샤니도 각각 ‘고향만두’와 ‘미니꿀호떡’의 값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였다.
정유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방침을 무색케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로 마진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리터당 가격이 평균 30원 이상 올랐다. 서울의 A주유소는 3일 리터당 1,787원이던 휘발유 가격을 3일만에 1,815원까지 올렸고, 수도권의 B주유소는 경유를 1,601원에서 1,627원으로 인상했다.
한 관계자는 “국내 유가는 2~3주전 국제유가에 비례하는 게 원칙”이라며 “2~3주전 국제유가가 안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기름값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10일 세금이 내리면 정부 눈치를 보는 주유소들은 값을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악화될 유통마진을 미리 확보하려고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복잡한 유통구조와 얌체상혼 때문에 정부의 서민생활 안정대책이 무색해질 수 있다”며 “정부는 현장의 세세한 가격 움직임까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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