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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군대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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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군대흉내

입력
2008.03.0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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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잡자, 개념을!" 텔레비전에서 얼차려를 주고받는 대학생들이 발악적으로 외치던 소리다. 참 '개념 없는' 대학생들이다. 나에게도 개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이십 대까지 내내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세대는 개념이라는 말 대신에는 '싸가지'라는 말을 애용했다. 중1때 싸가지 없다고 중2한테 혼났다. 중2가 돼서는 싸가지 없는 중1들을 혼냈다. 이런 일을 고등학교에서도, 심지어는 대학에서도 되풀이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굴었으나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다시 갓난아기가 되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학교 때, 후배를 때린 적도 있다. 맞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는데, 때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낯 뜨겁다.

내가 겪은 것은 얘기할 수준이 못 되는 것도 같다. 패거리 지어 다니는 학우들의 선후배 기강잡기는, 학교가 군대냐? 너희들이 무슨 군인이라도 되냐? 기가 찰 만큼 살벌했다.

한국의 사나이들이 그토록 군대 생활을 잘하는 이유는, 학교 다닐 때 충분히 연습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는 과거 세대와 완전히 딴판인 줄 알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한두 해 차이를 가지고, 군대 흉내 내는 짓거리는 완벽하게 전수된 것이다. 제발, 개념을 갖자!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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