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나홀로’약세 행진이 점입가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원화는 그 달러화에 조차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새 정부 당면 최대 과제인 물가상승 위험은 이로 인해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환율은 전날보다 7.90원 급등, 957.50원으로 마감됐다. 1년4개월여만에 최고치. 지난달 29일 이후 6거래일 동안 무려 21원이나 올랐다.
달러화와 엔화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화로선 달러화에 대해 약세일 경우 엔화에 대해선 강세라야 옳다. 하지만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맥을 못춘다. 이날 원ㆍ엔환율은 100엔당 932.90원까지 올라,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이중약세’인 상황이다.
현재 국제외환시장의 기본 흐름은 엔화의 초강세(달러화의 초약세)다. 따라서 원ㆍ엔환율이 오르는 것(엔화에 대해 약세)은 당연하다. 문제는 원ㆍ달러환율까지 급등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국내상황, 즉 주식시장에 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주식 순매도 행진)이 계속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수요가 급증해 원ㆍ달러 환율이 속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전날 뉴욕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33.47포인트(-1.97%) 떨어진 1,663.97로 마감됐는데,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1조6,000억원 어치 주식을 순수하게 팔아치운 외국인은 이날도 3,3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강만수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高)환율을 선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도 원화약세를 부채질했다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환율급등은 현 단계에서 우리경제에 ‘약’이기 보다는 ‘독’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당면 최대과제는 물가이기 때문. 환율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인플레를 더욱 자극한다. 환율상승의 종합계산서를 따져보면, 얻는 것(수출개선)보다는 잃는 것(물가불안)이 훨씬 커 보인다.
6일(현지시간)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5.47달러를 기록하며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상승은 고유가-고원자재가의 국내 파괴력을 배가시킨다. 한 외환딜러는 “계속 원화약세가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증시위축 속에 내달까지는 외국인 배당송금수요가 대기하고 있어 단기간내 환율이 내려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런 인플레 위험을 감안해 이달 기준금리(3월부터 콜금리를 기준금리도 대체) 목표를 현 수준인 연 5.00%에서 동결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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