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박진희씨. 며칠 전 이웃집에 놀러 갔다가 두 돌도 안된 아이를 음악학원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이후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딸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미술교육, 음악교육, 놀이교육 등을 해야 아이들의 감수성과 사회성이 좋아진다는데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게 할 수도 없고, 보내자니 식비라도 줄여야 할 판이다. 결국 스스로 아이의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박씨는 학원에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알아보러 나섰다.
■ 학원 따라잡기 하나 ‘미술교육’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통 생후 20개월 무렵이 되면 점과 선으로 된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미국 유아미술학자인 로다 켈로그 박사의 유아발달단계에 따르면 ‘낙서기’를 지나 만 3세 무렵이 되면 원 삼각형 사각형 등을 그리는 ‘도형기’에 들어선다. 4세 무렵이 되면 원과 선을 사용해 사람을, 5세에는 동물과 사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발달은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다만 낙서기에 그리는 점과 선, 3세 무렵 그리는 도형은 앞으로 그릴 그림의 밑천이 되기 때문에 많이 그릴수록 좋다고 한다.
학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이 발달단계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낙서기인 18~30개월에는 마음껏 낙서를 하게 한다. 붓과 펜은 물론이고,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서 벽에 찍거나 바르는 놀이를 통해 그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준다.
집에서도 화장실 벽에 종이를 붙이고 무독성 물감을 손에 묻혀 해볼 수 있다. 30개월 이상이 되면 과일, 나무, 의자 등 다양한 사물을 관찰해 그림으로 옮기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생활 속 이야기도 그려보게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그린다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양이의 배는 어떤 모양인지, 머리와 다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하면 아이의 창의력은 쑥쑥 자란다. 5세 이상이 되면 그림의 주제는 생활을 벗어나 상상으로 발전한다. 창의성이 발휘된 그림에 다양한 색을 칠하면서 색채 감각을 익힌다.
■ 학원 따라잡기 둘 ‘음악교육’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두드려야 하는 음악교육은 엄마들이 피하고 싶은 기피대상 1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수록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주기 좋다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노주희 한국오디에이션음악교육센터 원장은 “음악 감수성은 음악을 깊이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는 능력”이라며 “태어나서 18개월까지가 음악 감수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음악 감수성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사를 버려야 한다. 말문이 트인 아이들은 노래를 들을 때 음악적 모양새보다는 가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가사를 노래에서 덜어내고 ‘밤’ ‘바’ 등 어린 아이들이 비교적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음절들로 노래를 부르면 엄마는 가사의 내용을 설명하는 율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얌밤 빠라리 람밤’이라고 흥얼거리면서 음악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면 율동은 음의 높낮이와 박자 등 노래의 모양새를 더 잘 보여준다.
노래에 자신이 없다면 가사가 없는 음악을 조용하게 틀어놓고 같이 따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교육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점점 음악에 집중하게 되고, 차츰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모방 단계가 끝나야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악기 연주는 그 다음이다.
■ 학원 따라잡기 셋 ‘놀이교육’
‘그냥 놀면 되지 무슨 놀이교육’이라 생각하고 자칫 소홀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놀이교육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낀다.
놀이교육은 엄마와의 놀이, 또래와의 놀이로 나눌 수 있다. 엄마와의 놀이에서 유의할 점은 ‘아이의 성취감을 최대한 보장하라’이다. 예를 들어 미끄럼을 탈 때도 한번에 미끄럼틀 위로 올려주지 말고 스스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넘어질 것에 대비해 손을 잡아주는 정도로만 아이의 놀이에 관여하는 게 좋다.
집에서 놀이교육을 할 때 또 한가지 넘어야 할 산은 친구를 구하는 것이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명예교수는 “3세 미만은 여럿이 있어도 혼자 노는 시기”라며 “혼자 놀면서 다른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다른 아이가 있으면 사회성 발달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같이 놀지 않아도 곁에 친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놀이터에서 만난 또래들과 함께 놀면 사회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장난감도 공유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덧붙였다.
■ 유아교육 학원 따라잡기
미술 두돌 아기 맘껏 낙서 할 수 있게
음악 가사없는 노래 먼저 들려줘야
놀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살짝 도움만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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