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레비틴 지음ㆍ장호연 옮김마티 발행ㆍ299쪽ㆍ2만2,000원
가장 정제된 양식인 클래식, 억눌렸던 욕망의 분출구인 록 음악의 공통점은?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이 그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음악을 통해 뇌의 비밀을 밝혀내는, 독특한 인지 과학서다.
음악은 인간에게 언어보다 더 보편적인 가치라고 책은 말한다.
자연과학도의 저서답게, 책은 곳곳에 실험적 전거를 제시한다. 두세 살만 돼도 음높이, 조옮김 등을 알아채는 등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내재된 음악적 인지력은 가장 발달한 컴퓨터조차도 해 낼 수 없는 인지 능력이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뇌손상 치유와 음악과의 밀접한 연관성, 언어는 뇌의 절반만으로도 가동되지만 음악에 주목할 때는 뇌의 양쪽이 모두 작동한다는 등의 정보도 흥미를 돋운다.
말미의 세 부록이 눈길을 끈다. 음악을 들을 때 뇌가 어떻게 활성화돼 있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한편, 화음들은 어떻게 만들어져 기능하는지를 팝과 클래식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세 번째 편은 본문에 언급된 곡들을 색인으로 만들어, 실제 감상에 도움을 준다. 책은 자신이 아끼는 이들 작품이 자신의 이론으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밝혀놓은 독특한 헌사로도 읽힌다.
책의 공식 웹사이트(www.yourbrainonmusic.com) 하의 인터랙티브 코너를 클릭하면 본문에서 언급됐던 곡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카펜터스, 밴 헤일런, 킹크스, 폴리스 등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팝 스타들의 음악 이야기를 신경ㆍ인지과학자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는 셈이다.
한 작품을 10여개에 이르는 버전으로 감상하는 별난 과학도가 지은 이 책은 음악에 대해 전혀 새로운 분석과 접근 방식뿐 아니라, 최신 신경과학 실험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등 실제적 정보를 제공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록 그룹 레드 제펠린 등 전혀 이질적인 사물이 인지과학 용어 속에 섞여 어깨동무하고 있는 풍경은 이 책이 아니고서는 맛 볼 수 없다. 음악은 ‘소리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악보를 이용하지 않고 음악을 자기 방식으로 기록하는 기보법이 색다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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