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 주물제품 제조업체들이 대기업에 납품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7일 산하 중소 기업들이 각 지역 사업조합별로 3일간 납품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에게 늘 끌려 다니던 중소 기업들이 오히려 대기업에 반기를 들며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이 중소업계의 인내 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북 고령군 다산주물공단의 입주 업체들은 이날 0시 공단 입구 도로일부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한데 이어 오전 7시부터 주물 제품을 실은 차량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자체 검색 작업에 착수했다. 인천 서구 경서동 경서주물공단과 경남 진해시 남양동 진해ㆍ마천주물공단에서도 출근 시간 전후로 조합 관계자 등이 공단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대기업으로 제품이 출고되는지를 조사했다.
주요 주물제조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주물조합이 납품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ㆍ기아자동차를 포함해 현대중공업 등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물은 쇠붙이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다음 굳혀서 만든 것으로 자동차와 선박, 공작기계 등 각종부품으로 사용된다.
주물 중소업계는 1차 납품 중단 이후 대기업들의 협상태도에 따라 2차(15일), 3차(21일)까자 납품 중단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물용 고철값이 1년새 80%가까이 급등했는데도 대기업들은 납품가격을 10% 밖에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팔수록 손해만 커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주물제조 업체들의 납품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대기업들은 크게 당혹스러워 하면서 대책마련에 분주해졌다. 조기 사태 진화에 나선 현대ㆍ기아차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부품단가에 반영한다는 기조 아래 3월 중순까지는 협력사들과 인상폭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GM대우와 르노삼성, 쌍용차 등도 향후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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