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공천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당초 7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전날 마련한 1차 공천자 명단을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상천 공동대표를 비롯한 옛 민주당 계열의 반발 때문에 일정은 또 미뤄졌다. 최종 공천권 힘겨루기에 이어 ‘박재승 대 박상천’ 간 충돌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오전9시 회의 초입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박 대표는 “단수지역을 무조건 공천해야 하는지 구체적 자료를 갖고 검토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어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박 대표와 옛 민주당 계열 최고위원들은 “이렇게 공천하면 ‘도로 열린우리당’ 소리를 듣는다”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측은 “공심위가 실시한 현역 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면서 “최고위가 요청할 경우 공심위 간사는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천 심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심위를 최대한 견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강금실, 김상희 최고위원 등이 나서 “이렇게 하려면 왜 당규를 만들어 공심위에 독립성을 부여했느냐. 공심위의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의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회의는 진통 끝에 결국 공심위에 자료 보완을 요청하는 선에서 매듭됐으나, 공천자 명단 발표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당 안팎에서는 박 대표의 의도를 공심위 흔들기로 본다. 그는 공심위 권한을 놓고 지난달 말 박 위원장과 격돌한 데 이어 4일부터 논란이 된 비리 부정 연루자 공천 배제 문제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공천 칼자루를 쥔 공심위는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는 “보완자료는 전달하기로 했다”면서도 “최고위 결정에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 할 일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행보에 일일히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여론조사 자료를 보자는 얘기가 정말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고 해도) 박재승 위원장이 가만히 있을 사람이냐”고 말했다.
공심위는 8일부터 호남 지역 공천심사를 시작해 이르면 9일 대부분의 경합지역에 대한 후보자 압축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공천 결과는 이번에 발표가 지연된 1차 단수지역과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 위주인 1차 결과만 공개할 경우 개혁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처럼 비쳐질까봐 공심위와 당 지도부가 이심전심으로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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