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예정됐던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가 또다시 연기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진용을 꾸리는 인사라 권력층 주변의 관심이 집중됐던 터여서 연기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10년만의 정권 교체에 따른 새 권력층의 요구, 눈앞에 다가 온 총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떡값 인사’폭로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된다.
오전까지만 해도 이날 인사 발표는 확실했다. 사제단이 5일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 인사를 주시하겠다”며 검찰 인사를 압박한 뒤 인사가 6일로 미뤄졌기 때문에 법무부나 검찰 관계자들은 “오늘을 넘길 수는 없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문성우 검찰국장이 오후 2시께 인사안을 들고 청와대로 들어간 뒤 오후 6시가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는 오후 6시30분께야 “오늘 발표가 어렵다”며 “이르면 7일이라도 발표 하겠다”고 처음으로 운을 뗐다.
법무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인사안 결재를 받지 못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어디까지나 ‘액면 발표’에 불과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특별한 공식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사장 인사안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가 심각한 충돌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갈등은 이른바 검찰 요직인 ‘빅4’를 둘러싸고 벌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사장 승진 인사는 공석인 12자리를 놓고 이미 사시 23회~25회를 주축으로 윤곽이 그려져 있는 상태였고, 고검장 인사안에 대해서는 새 권력층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 근거였다. 검찰 주변에서는 빅4 가운데서도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등 핵심 요직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10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새 정부가 원하는 인사안과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정 선거관리를 주장하는 법무부의 인사안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인사 민원이 쇄도하면서 청와대가 법무부 인사안을 놓고 ‘넣고 빼기’를 거듭하는 바람에 진통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전날 사제단이 ‘삼성에서 자유로운 분들’로 핵심 보직을 제한하자 이를 피해나가기 위해 재검증을 꼼꼼히 하는 바람에 인사가 연기됐을 가능성도 대두됐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