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ly bird catches the worm.’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영어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접하는 속담 중 하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벌레)를 구하듯이, 남보다 부지런을 떨어야 성공한다는 경구다. 자식과 제자가 잘 되기 바라는 부모와 스승의 입장에선, 이것만큼 간명하게 교훈을 담은 표현을 찾기 쉽지 않다.
가치관과 처세술의 변화를 반영해, 이 표현은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먼저 잡아 먹히듯이, 쓸데없이 부지런 떨다간 다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새 아침형 혹은 새벽형 인간이 시대의 덕목이 된 것은 분명하다.
▦ ‘Early Bird’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No Holiday’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코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공개석상에서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신체훼손설 등의 악성루머에 휩싸였던 나훈아씨다.
그는 1월 말 리사이틀을 방불케 한 기자회견에서 잠적기간의 행적을 설명하면서 “외국 학교에 들어가 밤새 공부하며 꿈을 가졌고 학교도 가장 일찍 가다 보니 나보다 한참 나이 어린 교수가 ‘얼리 버드’라는 별명을 지어주더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문구가 ‘권학(勸學)’과 ‘권면(勸勉)’을 상징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 그런데 이 표현 뒤에 신드롬(증후군)이라는 말이 덧붙었다. 이른바 ‘얼리 버드 신드롬’이다. 일차적 증상은 눈이 충혈되고 팔다리가 뻐근하면서 온종일 피로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좀더 악화되면 정서불안, 신경쇠약, 혈압상승 등 신경정신계 질병으로 진전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도 안돼 이 신드롬의 초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휴일도 없이 하루 4시간만 자는 대통령 때문이다. 대통령실장은 “우린 4시간 자고는 일하기 힘든다”고 하소연했지만, 공직사회의 특성상 아래로 갈수록 4시간 자는 것도 감지덕지다.
▦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걸작이다. “일각에서 ‘얼리 버드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몸으로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써서 창의적으로 하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개그처럼 썰렁한 얘기니, 새 정부에 몸담은 사람들이 한숨을 내쉴 만도 하다.
더구나 대통령은 앞으로 잠잘 때도 머리맡에 핫라인용 휴대폰을 놔두고 언제든 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겠다고 했다. 당연히 4시간도 못자는 날이 많아질 것이다. 그럼 대통령이 수시로 전화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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