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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화향기 그윽한 日3대정원 카이라쿠엔서 '라스트 쇼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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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화향기 그윽한 日3대정원 카이라쿠엔서 '라스트 쇼군'을 만나다

입력
2008.03.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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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바라키현의 중심인 미토(水戶)는 매화의 도시이자, ‘마지막 쇼군(장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자취가 진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매년 봄 매화 마츠리(축제ㆍ2월20일~3월31일)로 도시는 하얗게 흐드러진다. 매화축제의 주무대는 카이라쿠엔(偕樂園)이다. 13만㎡의 면적에 심어진 100여 종의 매화나무 3,000여 그루가 은은한 자태와 그윽한 향기, 화려한 빛깔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가나자와의 켄로쿠엔(兼六園), 오카야마의 코라쿠엔(後樂園)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불리는 카이라쿠엔은 1842년 미토번의 9대 번주이자 쇼군이었던 요시노부의 아버지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직접 설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원 이름 카이라쿠엔은 <맹자> 의 구절에서 따 와 지은 것으로 ‘백성들과 함께 더불어 즐긴다’는 뜻. 당시 서민들의 출입을 허락해 정원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입장료는 무료다.

올해는 날씨 때문에 개화 시기가 좀 늦어졌다는 소식에 다소 실망하면서 카이라쿠엔을 찾았다. 문에 들어서자 허벅지만한 대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이 나타난다. 안내원의 말로는 이곳을 ‘음(陰)의 영역’이라고 부른다. 세찬 겨울바람에 실려온 댓잎 스치는 소리가 가타나(刀·사무라이의 칼)의 날처럼 번득인다는 곳이다. 쫓기듯 대숲을 벗어나 바람 한 점 없이 거대한,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을 주는 삼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느린 걸음으로 숲을 벗어나자 마침내 드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 센바코(千波湖) 호수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언덕, 호수, 숲 등 명승지를 옮겨놓고 그 속을 주유하는 에도시대의 전형적인 카이유(回遊) 형식이지만 그 규모가 웅장해 일본식 정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곳의 매화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꽃 피는 시기도 다르다.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다지만 군데군데 핀 꽃들만으로도 눈은 황홀해지고 찬탄이 터져 나온다.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한 매화들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기려는듯 떨고 있고 정원 곳곳에 꽃을 피운 고목들은 선비처럼 몸을 뉜 채 과객을 바라본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진 코우분테이(好文亭)는 전화로 소실된 후 재건된 건물이지만 소박, 우아한 사무라이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귀족들이 정원을 감상하며 시를 즐기던 장소라고 한다. 아래층에는 방마다 매화, 벚꽃 등을 테마로 내부를 그림으로 장식했다.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복도와 가파른 계단, 벽도 없이 이어진 방들은 마치 요새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미토의 또다른 매화 명소로는 고도칸(弘道館)을 들 수 있다. 봄이 되면 약 60종 800여 그루의 매화가 만발한다. 고도칸은 나리아키가 세운 일종의 종합대학 같은 교육기관으로 문·무관 교육 외에 천문, 음악, 의학 등 분야를 가르쳤다. 지금은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고 일부만 남아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큰 번교였다. 메이지유신의 사상적 기반이 된 미토학의 본산으로 요시노부도 11살 때까지 여기서 공부했다. 나중에 요시노부는 순순히 막부의 권력을 천황에게 넘기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단행한 후 이곳에서 근신했다.

이곳에는 기근 때 구휼식량으로 쓰이는 매실을 얻기 위해 매화를 심게 되었음을 밝힌 나리아키의 글이 남아 있는데 사뭇 감동적이다. 강력한 국가의 근간이 백성임을 깨달은 그의 혜안이 돋보인다. 아쉬운 발길을 돌렸지만 마음 속에는 이미 매화가 만개하고 있었다.

● 이바라키현 가 볼 만한 곳/ 후쿠로다 폭포 장관… 츠쿠바우주센터도

이바라키현은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몰라도 츠쿠바우주센터, 한ㆍ일월드컵이 열린 카시마 스타디움이 있는 곳이다. 청국장 비슷한 콩 발효식품인 낫토(納豆)와 아귀찌개 등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나리타공항과 가까워 직행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미토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한다. 2010년에는 이바라키공항이 개항될 예정이다.

■ 후쿠로다 폭포

일본 3대 폭포의 하나. 높이 120m, 폭 73m 4층 폭포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신록이나 단풍이 들 때 주변 숲과 어울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특히 한겨울에 얼어붙은 얼음폭포가 장관으로 이때는 근처까지 다가갈 수도 있다. JR 스이군선 후쿠로다역에서 버스로 15분.

■ 히타치 해변공원

총면적 350만㎡에 달하는 일본 수도권 최대의 국영공원이다. 수선화 튤립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사계절 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4월말~6월초 언덕을 온통 파랗게 물들이는 네모필라가 인기다. JR 죠반선 카츠타역에서 버스로 15분.

■ 츠쿠바우주센터(JAXA)

일본 우주산업의 심장부로 인공위성이나 로켓엔진 모델, 우주인 훈련장 등 흥미로운 시설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인근에 있는 사이언스 스퀘어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첨단 기능의 각종 로봇이 전시돼 있으며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단체는 예약 필수, 입장료는 없다.

이바라키=이영준 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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